[극복하자! 농민병] 움직일 때마다 찾아오는 통증…‘척추성형술’로 해결

입력 : 2019-12-06
이화심씨

극복하자! 농민병 (4)척추압박골절 치료한 이화심씨<전남 영암>

허리 휘어지고 척추뼈 금 가

걸으면 자동으로 굽는 허리 통증 커져 일상생활 힘들어

골절 치료·근육 운동 ‘병행’ 허리 펴지고 걷기 한결 수월
 


전남 영암에서 만난 이화심씨(85). 화통한 성격의 그녀는 지난해부터 허리가 굽기 시작했다며, 지난가을에 넘어져 허리를 다친 이후부턴 부쩍 증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걸어보라고 권유한 뒤 어느 곳이 아픈지 통증의 정도를 물었다. 딱히 통증은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이씨의 말과 달리, 척추의 한 부위를 건드리자 너무 아프다며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왔다. 또 자리에 누웠다가 일어날 때도 이씨는 무척 힘겨워했다. 일정한 자극이 가해질 때 느껴지는 고통, 자세를 바꾸기 위해 척추에 힘을 줄 때 느껴지는 고통이 바로 ‘통증’이라는 것을 이씨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씨처럼 많은 고령의 환자들이 간헐적으로 통증이 나타나거나 심하게 아프다가도 다른 자세를 취할 때 잠깐 통증이 완화되는 경우 스스로 통증이 없다고 판단하곤 한다. 매우 안타깝게도 이런 환자들은 치료 시기가 늦어져 병을 더 키워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씨의 주요 증상은 가만히 있을 땐 괜찮다가도 움직일 때마다 찾아오는 통증이었다. 다리에 힘이 없어 일명 ‘밀차’ 없이는 걷기가 힘들고 걷기 시작하면 허리가 동시에 굽어졌다. 육안으로만 살펴봐도 이씨는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좀더 정확하게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씨를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모시고 와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엑스레이(X-ray)에 나타난 이씨의 허리는 약간 휘어져 있는 상태로, 측면에서 보면 뼈가 찌그러져 있었다.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상당한 문제가 발견됐다. 척추뼈가 부러져 있는 것이다. MRI 상 흉추 12번이 유독 까맣게 보이고 금이 가 있었다. 골절이었다. 이를 전문적인 의학 용어로 ‘척추압박골절’이라 부른다.

척추압박골절은 날씨가 추워지면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주로 넘어지면서 척추뼈에 골절이 생기는데, 겨울철에는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낙상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척추에서도 움직임이 가장 많고 큰 압력을 받는 요추와 흉추가 만나는 부위에서 발생한다. 이씨도 마찬가지였다. 흉추와 요추가 만나는 부위는 흉추 후만(뒤굽음)과 요추 전만(앞굽음)이 교차하는 부위로, 손상이 일어날 때 외부의 압력이 집중돼 골절과 탈구의 빈도가 높다.

이와 같은 척추압박골절이 발생하면 골절이 발생한 부위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심해진다. 다른 척추질환과는 다르게 돌아눕기가 어려우며, 등과 허리를 가볍게 두드릴 때도 상당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다리로 내려오는 통증이나 다리저림은 동반되지 않아 척추협착증과 허리디스크 등과 같은 척추질환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또 노년층에서의 압박골절은 대부분 골다공증 환자에게서 발생하기도 한다. 뼈의 양이 감소하면서 작은 충격에도 압박골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여러 부위에 동시다발적으로 압박골절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골다공증 치료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씨의 허리가 굽는 현상은 노화와 퇴행으로 인한 근력 약화에서 온 것으로 판단됐다. 따라서 이씨의 허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 치료와 함께 척추압박골절 치료법인 ‘척추성형술’이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척추성형술은 비교적 간단한 치료법이다. 골절이 일어난 부위에 의료용 시멘트를 주입해 굳히는 방법으로 흉터가 작으며, 시술시간은 짧으면서도 통증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이러한 척추성형술을 통해 이씨의 허리 통증부터 잡는 보강치료가 이뤄졌다. 이후 약해진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프롤로 치료와 운동 치료가 병행됐는데 며칠 사이 이씨의 키가 쑥 커졌다. 통증이 줄어 운동이 가능해지고 근육이 강화되니 굽었던 허리가 곧게 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꾸준히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을 실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보폭으로 힘 있는 걸음걸이가 가능해질 것이다.


신규철<제일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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