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의 식재탐험] 겨울이 빚은 ‘달콤함의 결정체’ 상주 곶감

입력 : 2019-12-06

강레오의 식재탐험 (17)경북 상주 곶감

50~60일 자연건조하는 전통방식 고유의 향 살아 있고 약간 검은빛 띠어
 


해마다 이맘때면 마을마다 주황색 곶감 커튼이 내려지는 곳, 경북 상주를 찾았다. 그중에서도 1970년부터 감농사를 지어온 ‘쑤안농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올해로 감농사 25년 경력의 황성연 대표의 아버지가 시작한 이 농장은 상주에서 처음 조성된 감 과수원이라고 한다.

쑤안농장이라니 이름도 특이했다. 쑤안은 소백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 이름이다. 낙동강 상류인 북천이 휘어져 만들어진 쑤(늪)에 오래전 흙이 쌓여 자연형성된 마을이다. 게다가 기름진 땅과 깨끗한 물, 신선한 바람 등이 유명한 청정지역이어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대봉시·곶감·반건시 등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곶감과 반건시의 경우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50~60일 동안 감을 자연건조하기 때문에 감 고유의 향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완성된 곶감들이 투명한 주황색이기보다는 약간 검은빛을 띠고 있었다. 물어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황 대표의 답이 돌아왔다.

“자연건조한 감은 검은색을 띠게 됩니다. 감이 곶감이 되면서 검은색을 띠는 것은 감 속에 들어 있는 탄닌 성분이 산화·숙성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고추장이나 된장이 오래되면 색이 거무튀튀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몇년 전에 ‘유황곶감’이라는 것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곶감에 유황훈증처리한 것을 말하는데, 혹여 인체에 해롭지 않을까 소비자들의 걱정이 많았기에 황 대표에게 물었다.

“농가들이 곶감에 유황훈증처리를 하는 것은 곶감의 색깔을 보존하고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유황을 쐬면 황 입자가 곶감 표면을 코팅해서 세균의 침입을 막을 뿐 아니라 감에 있는 탄닌 성분의 산화를 억제해 검게 변하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우리 농가들이 유황훈증처리한 곶감에서 검출되는 이산화황 잔류량은 대개 1㎏당 10㎏을 넘지 않습니다. 곶감과 같은 건조과일의 이산화황 잔류허용기준은 1㎏당 2000㎏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인 셈이죠. 그마저도 줄이기 위해 저희는 유황훈증처리를 할 때 유황 권장량의 3분의 1 수준만을 사용합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려는 황 대표의 열정은 곶감 가공뿐 아니라 원재료인 감 생산에까지 미쳐 있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초생재배를 하고 점적관수시설을 갖춰 가뭄 때도 품질이 저하되지 않게 한다. 또 더 좋은 감을 생산하려고 경북도농업기술원 상주감시험장에서 이뤄지는 품종 연구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곶감보다 감 고르기가 더 어려운 소비자들을 대신해 물었다. ‘감 전문가’ 황 대표가 말하는 맛있는 감 고르는 법은 무엇일까. “꼭지가 황색으로 볼록 튀어나와 있고 훼손되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또한 배꼽(꼭지 반대부분)이 튀어나온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감은 씨가 들어 있는 것이 당도가 높은데 이런 모양의 감에 씨가 바르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감 탕평채


예쁘게 말려진 곶감을 보고 있자니 드라마 <대장금>에 나왔던 탕평채가 떠올랐다. 홍시로 소스를 만들고 곶감·단감채를 넣어 완성한 ‘감 탕평채’는 감이 주는 온갖 단맛을 다 갖고 있는, 말 그대로 ‘달콤한 음식’이었다.

사진=김덕영 기자
 



강레오 셰프는…

영국 런던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다. 서양요리 전문이지만 한국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에게 사사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글로벌외식계열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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