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바로 여기!] 경남 김해 레일바이크…선을 넘는 재미

입력 : 2019-12-06

낙동강 가로지르는 폐철로에서 ‘씽씽’

김해와 밀양 사이 건너…왕복 40분 녹슨 철골, 이국적 풍경 자아내

레일바이크 정류장 옆 와인동굴 있어 지역 명물 ‘산딸기’로 만든 와인 맛보길
 


두발로 페달을 밟아 철로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이제 액티비티(Activity) 스포츠 가운데 ‘고전’이다. 전국 어디서든 폐철로가 있는 곳에서는 대부분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디서 타느냐에 따라 때로는 바다 풍경을 즐기며, 숲 향기를 맡으며, 강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경남 김해의 낙동강 레일바이크다.



한반도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김해는 낙동강이 품고 있는 도시다. 창원과 창녕을 둘로 가르며 서에서 동으로 흐르던 낙동강이 머리를 돌려 남쪽으로 향하며 만든 그 모퉁이에 김해가 있다. 레일바이크는 동으로 흐르던 낙동강이 남쪽으로 급하게 휘돌기 직전, 북으로는 밀양에 접하고 남으로는 김해에 닿은 강가에 자리 잡고 있다. 낙동강 레일바이크가 이곳에 위치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으니 바로 이곳에 밀양 삼랑진에서 창원과 진주로 이어지는 경전선 철교가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레일바이크가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1962년 완공한 경전선 낙동강철교가 2010년 그 역할을 마치고 폐선되자 레일바이크용으로 개보수된 것이다. 출발지점은 생림면에 있는 낙동강레일파크의 레일바이크 정류장이다. 안전벨트만 매면 준비 끝. 자전거 타듯이 두발로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선로 양쪽을 지키고 서 있는 나무 병풍 사이를 지나 천천히 앞으로 나가면 금세 철교 앞 건널목에 도착한다. 빨간불이면 대기. 안전요원이 파란불을 켜주면 그때부터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철교 쪽으로 나가면 된다.

반백년 전에 만들어진 철교는 직선으로 뻗은 철골구조물이 마치 터널처럼 다리를 감싼 형태다. 강 건너 밀양 삼랑진까지 1㎞. 김해 쪽에서는 다리의 끝이 보이지 않으니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선로 위에 선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곳곳이 녹슬어 적갈색을 띤 구조물의 모습 덕분에 철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시간의 경계를 넘어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동하는 듯한 착각까지 든다.

마침 가을 하늘이 철구조물 사이에서 푸르게 색을 뽐내 눈은 저절로 하늘을 향하고 발은 제 할 일을 잃고 헤맨다. 철구조물로 조각한 푸른 하늘에 멍하니 빠져들다보면 옆자리에 앉은 동행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내 발이 할 일을 잃고 헤매는 동안 혼자 페달을 밟으며 레일바이크를 움직이고 있었던 게다. 얼른 정신을 다잡고 두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둘 하나둘, 두발이 열심히 일하는 동안 두 눈은 하늘로, 철구조물로, 세월이 내려앉은 녹으로, 그리고 마침내 표표히 흐르는 강물로 여유롭게 흘러 다닌다. 바이크를 움직이면서도 마음껏 한눈을 팔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레일바이크의 매력이구나 새삼 느낀다.

허벅지가 땅기고 엉덩이가 얼큰해져 올 때쯤 드디어 철교 끝에 도착했다. 철교구간 1㎞를 포함해 여기까지가 1.5㎞. 방향을 돌려 다시 김해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한번 터널 속으로. 하늘에 빠져들고 강물을 타고 흐르며 철교를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여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냥 발길을 돌리지 말고 철교전망대에 올라보자.

철교전망대에서 보이는, 길게 뻗은 낙동강과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철교가 어우러진 모습은 외국 어느 이름 모를 도시에 와 있는 것처럼 이국적이다. 하늘까지 높고 맑은 날이라면 인생샷 건지기 딱 좋다. 또 한가지, 잊지 말고 눈을 아래로 내려보자. 철구조물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레일바이크의 모습은 영화 속 한장면인 양 새롭다.

낙동강과 철교 구경이 끝났다면 다음은 와인동굴이다. 레일바이크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와인동굴은 폐쇄된 생림터널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김해에서 생산하는 산딸기로 만든 와인을 저장하고 판매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동굴 특성상 어느 계절이라도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페달 밟느라 안하던 다리운동을 한 직후라면 더욱 그렇다. 후들거리는 다리도 쉬어갈 겸, 동굴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산딸기 와인 한잔 청해 맛보고 오는 것도 좋다.

와인동굴에는 와인 말고도 볼거리가 잔뜩 있다. 특히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이 인기인데 산딸기꽃, 산딸기 디저트, 기차 모형 등 사진 찍기 좋은 구조물들이 다양하다. 그중 백미는 터널 중간쯤 만나게 되는 트릭아트다. 터널 벽에 그려진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 사람이 마치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 착각을 일으키는 트릭아트존은 주말이면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지역 맛집 ‘만리향’…그럴 ‘만두’ 하네
 


김해에는 노포(鋪)들이 많다. 김해시가 얼마 전 ‘한우물 가게’라는 이름으로 30년 이상 된 노포를 선정해 지원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중 하나가 ‘만리향’이라는 만둣집이다. 1975년 시작한 이 만둣집은 역사가 남다르다. 70여년 전 김해에 처음으로 중국집이 생겼다. 화교가 운영하던 이 중국집은 이름이 ‘경화춘’이었는데, 만리향은 경화춘의 아들이 독립해서 문을 연 식당이다. 이후 1990년대 후반 경화춘은 문을 닫았다가 최근 새로 열었지만 만리향은 지금까지 죽 이어져 오고 있다.

만리향은 만둣집답게 메뉴 대부분이 만두다. 찐만두·군만두·물만두·탕수만두·만둣국을 내는데, 여기에 탕수육과 오이장육 정도가 더해진다. 만두맛은 담백한 편이다. 돼지고기·부추·생강 등이 들어가는 전형적인 중국만두인데 특이한 것은 만두마다 소는 같지만 조리법에 따라 피의 반죽을 달리한다는 것. 그래서 만두 종류에 따라 식감이 다르다. 찐만두는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고, 군만두는 폭신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있다. 일행이 여럿이라면 종류별로 맛보기를 권한다.


김해=이상희,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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