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스러운 걷기 여행] 인천 소무의도, 섬을 걷다 쉼을 얻다

입력 : 2020-01-15
소무의도 안산 오르는 길.

[村스러운 걷기 여행] 인천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무의도에 딸린 자그마한 ‘소무의도’

소박한 마을엔 생선이 주렁주렁 맑은 날이면 도시 전경도 한눈에

광활한 풍광의 부처깨미 전망대

아담한 몽여해변길 따라가면 겨울 바다 상쾌함에 반해
 


찬바람에 두 뺨이 에는 계절. 솔직히 이맘땐 걷는 것보다 방구석에 웅크려 있는 것에 마음이 더 끌린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엔 항상 역설적인 지점이 있으니. 따뜻한 공기의 실내만 전전하다 보면, 가끔 저 밖의 청량한 공기를 담뿍 들이마시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땐 시원한 풍광에 한껏 안겼다 올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 그다지 험난치 않으면서도, 중간중간 추위를 피할 쉼터가 있는 길이면 더 제격이다. 인천 앞바다를 마주하고 선 아담한 크기의 섬, 소무의도. 그 둘레를 걷는 길인 무의바다누리길이 그렇다.

 

성대 말리는 풍경.


배 없이 건너갈 수 있는 아담한 섬

소무의도는 둘레가 2.5㎞ 정도인 자그마한 섬이다. 본섬인 무의도에 딸린 섬이란 뜻에서 옛날엔 ‘떼무리’라고도 불렸단다. 이 섬은 배를 타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다. 2019년 4월 개통된 무의대교 덕에 육지에서 무의도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것. 다만 무의도에서 소무의도까진 걸어서 들어간다. 두 섬을 잇는 414m 길이의 소무의인도교엔 차량 출입이 금지돼 있는 까닭이다.

“내가 오늘 버스에 자기까지 총 5명을 태운 거야. 요샌 추우니까 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 근데 사람 구경할 거 아니면 지금 오는 게 맞지. 날 풀리면 하루에 일이천명 오는 건 기본인데, 그럼 여기서 소무의도 입구까지만 차로 2시간30분이나 걸리거든.”

인천국제공항 부지 끝머리의 용유역에서 탄 마을버스. 이 버스를 타면 무의대교를 건너 소무의도 입구인 무의도 광명항까지 갈 수 있다. 이 구간은 본래 차로 20분 남짓 걸리는데, 그건 날이 추운 이맘때나 해당하는 얘기다. 무의도 안의 찻길은 워낙 좁고 한길로만 나 있기에, 나들이객이 많은 봄·여름·가을엔 차량 정체가 감당이 안된단다. 마을버스 기사님 말로 “누가 이 날씨에 여길 찾느냐”는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이맘때가 소무의도를 가기에 가장 좋은 때다.

 


도시 풍경이 시야에 걸리는 소박한 어촌마을

길가에 줄지어 말려지고 있는 생선들. 인도교를 지나 들어선 선착장 인근에선 어부들이 생선을 손질하는 데 여념이 없다. 차가 다니지 않는 이 섬은 인근 바다에서 난 생선들을 가져다가 말리기에 알맞은 장소다. 요즘엔 주로 설 선물로 나갈 농어 등을 많이 말리고 있다.

“우리 마을엔 아픈 사람이 없어. 백한살 먹은 할머니도 있고, 아흔 먹은 사람들도 많은데 다 병원을 잘 안 가. 바닷일·갯일에 농사도 짓고, 부지런히 다니니 아플 일이 생길 틈이 없지.”

서쪽마을 어귀에서 만난 할머니는 손수 나무를 하러 가는 중이란다. 다른 연료보단 나무를 때서 몸을 지지는 게 더 좋다고. 그러면서 자기는 도시에선 못살 것 같다고 덧붙인다. 그렇게 복작복작 몰려 살면 답답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할머니가 대뜸 도시 얘기를 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소무의도는 1시간이면 한바퀴를 도는 작은 섬이지만, 육지에서 20㎞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아 맑은 날이면 인천 송도 등의 도시 전경이 곧잘 보이기 때문이다.

서쪽마을을 지나 걷는 섬 외곽의 자락길. 나무데크와 흙바닥이 번갈아 나오는 오솔길로 겨울 햇볕이 은근하게 내리쬔다. 그 덕인지 길가엔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초록 풀들이 한창이다. 지난여름이라면 별 볼 일 없던 것들. 그러나 이 계절엔 그 한줌의 싱그러움도 걷는 이의 마음을 속절없이 훔친다. 길 왼편으론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넓고 푸른 바다가 있다. 그리고 그 너머 저 멀리엔 뿌연 실루엣의 빌딩숲이 시야에 걸린다.

 

부처깨미 전망대.


걷고 쉼, 그리고 다시 걷는 겨울 바닷길

삼면이 바다로 펼쳐진 부처깨미 전망대. 그 광활한 풍광을 뒤로하면 이내 200여m 길이의 몽여해변이 걷는 이를 맞는다. 섬과 바다의 경계를 걷는 무의바다누리길에선 한눈에 폭 담기는 아담한 바다와 한눈에 다 담기 어려운 너른 바다를 번갈아 마주한다. 몽여해변엔 작은 카페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얼얼했던 뺨이 온기에 풀어질 때까지. 이내 다시 나서는 발걸음엔 추위보단 상쾌함이 스친다.

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은 74m 높이의 안산 정상이다. 몽여해변을 지나 안산을 오르는 구간에선 두팔을 벌려도 다 못 껴안을 바다가 걷는 이의 등 뒤로 활짝 펼쳐진다. 쨍한 햇살이 뿌린 물비늘이 눈부시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정상에서 한차례 숨을 고른다. 이어 내리막길로 향하면 다시 길의 시작점이었던 소무의인도교에 닿는다.

소무의도산 해물국수.


이대로 인도교를 나서면 걷기 여정은 종료된다. 아쉬움에 섬을 좀더 즐기고 싶다면 서쪽마을 초입에 자리한 식당들을 찾아가보자. 소무의도산 해물로 만든 여러가지 음식들을 내놓는데, 이 겨울의 여정에선 뜨끈한 국수 한그릇이 알맞을 것이다.

인천=이현진, 사진=김덕영 기자 abc@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