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산 둔갑’ 배추에 농가 울상

입력 : 2020-01-0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이 지난해 원산지 표시단속에 나설 당시 무안의 한 배추밭에서 산지 유통업자가 원산지를 ‘해남’으로 거짓표시한 배추를 차에 싣고 유통시키려다 적발됐다.

농관원 전남지원, 집중 단속

40일간 유통업자 11명 적발 배추 150t 원산지표시 위반

“강력한 처벌로 피해 막아야”
 



“가뜩이나 배추 작황이 안 좋아 농민들이 울상인데 다른 지역 배추를 해남산으로 둔갑시켜 판다니 분통 터질 일이죠.”

원산지를 ‘해남’으로 속여 배추를 판매하는 유통업자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지원장 박중신)은 지난해 가을배추 수확철을 맞아 12월13일까지 약 40일간 특별사법경찰 100여명을 투입해 배추 원산지를 속여 판 유통업자 등 11명을 적발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 진산리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최동수씨(62)는 이 소식을 듣고 “원산지 표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수십년간 쌓아온 해남 배추의 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유통질서를 흩뜨려놓는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농관원 전남지원의 단속망에 걸린 이들은 무안·신안·진도·영암 등 해남군 인접지역에서 배추를 사들인 후 ‘해남산’으로 둔갑시킨 뒤 원물 또는 절임배추 형태로 유통하려 했다.

단속에 적발된 해남의 한 유통업자는 경북 영양 등지에서 생산한 배추를 자신의 사업장으로 가져와 절임배추로 만든 후 10㎏들이 5800상자의 원산지를 ‘해남’으로 표시해 팔다 적발됐다.

강원 횡성의 한 산지 유통업자는 무안의 한 밭에서 구한 배추 10㎏들이 700망에 ‘땅끝 해남배추’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넣어 도매시장에 출하하려다 단속에 걸렸다.

이와 관련, 농관원 전남지원 관계자는 “보통 소비자가 ‘해남산’ 배추를 선호하는 편이라 해남과 가까운 다른 지역에서 밭떼기로 구한 배추를 차에 싣기 전 그 자리에서 원산지를 바꿔버린다”면서 “올해 가을 태풍으로 해남산 배추 작황이 부진해 이같은 일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집중 단속기간 중 적발량은 배추 71t, 절임배추 79t을 포함해 모두 150t에 이른다. 농관원 전남지원의 단속이 겨울배추 수확이 끝나는 4월까지 계속되는 만큼 원산지표시 적발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중신 지원장은 “소비자가 원산지를 믿고 농산물을 선택하기 때문에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것은 국내 농업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면서 “앞으로 농촌현장 곳곳을 누비며 지도·단속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광주=이문수 기자 leemoons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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