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협약제도’ 지자체 스스로 맞춤형 농촌개발…난개발 막는 수단될수도

입력 : 2020-06-26

내년 ‘농촌협약 시범사업’ 추진 의미와 과제

정부 주도 사업 방식 아닌 지역에 개발 자율성 부여

SOC 투자계획 직접 수립

재정자립도 낮은 지역은 농촌개발 축소 가능성 높아

지방이양사업 지속 추진 필요

농식품부 “농촌공간계획 위해 농촌협약과 연계해 실증연구”

 

 

정부가 내년에 처음으로 도입하는 ‘농촌협약’ 추진 대상 시·군 9곳이 24일 선정되면서 관심을 끈다. 농촌협약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봤다.


◆‘우리 지역 활성화계획은 우리가 세운다!’=정부가 내년에 처음으로 시범도입하는 농촌협약은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의 농촌생활권별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계획을 수립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투자하는 신개념 농촌개발 제도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해온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초 진행한 농촌협약 시범도입 시·군 공모과정이 매우 치열했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박혜민 농림축산식품부 지역개발과 사무관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올 1월17일까지 1차 공모기간에만 25곳이 응모하는 등 ‘1호 농촌협약 추진 대상’으로 뽑히고자 하는 지자체 열기가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기대감도 높다. 윤상우 경남 밀양시 농촌개발팀장은 “그동안 농촌개발사업이 정부의 지침에 따른 일방적 기준에 맞춰 수동적으로 진행됐다면, 이번에 도입되는 농촌협약 제도는 지자체와 주민이 지역 실정에 적합한 맞춤형 농촌개발사업을 능동적으로 발굴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이란 시대 흐름에 들어맞는 정책”이라고 반겼다. 대도시 위주의 개발정책에서 소외돼온 농촌이 스스로 활성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에선 농촌개발사업이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회장 홍성열·충북 증평군수)가 5월14일 농식품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전달한 건의문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드러난다. 농어촌 군수들은 자치 강화 추세에 따라 지역개발사업 중 ‘마을만들기’ ‘농촌재능나눔’ 등 4387억원 규모의 주민밀착형 사업들이 2019년 지방으로 대거 이양됐지만, 지자체별 재정 여건을 보면 사업이 대폭 축소될 수 있어 지방 이양 지역개발사업의 지속적 추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자율성을 바탕으로 농촌 난개발을 막자!’=농촌협약은 ‘농촌공간계획’의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농식품부는 농촌의 시설 입지와 토지 이용을 규제해 ‘바람직한 농촌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농촌공간계획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본지 6월1일자 1면 보도).

이는 농촌에 대한 인식 변화와 관련이 깊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환경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향상되면서 농촌은 농민의 삶터만이 아니라 도시민의 체류·활동 공간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이에 주목해 농촌을 국민의 삶터·일터·쉼터로 조성하겠다며 생활서비스 접근성 개선 등을 약속해왔다.

더욱이 농촌의 역할은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해왔다. 1997년 1841가구였던 귀농가구는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엔 6409가구로 3.5배 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엔 4080가구로 전년(2218가구)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사회경제적 안전지대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친 지금엔 비대면·저밀도 사회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농촌스러운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러나 정작 농촌마을은 농촌다움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주거공간과 공장·창고·축사·태양광발전시설·송전탑이 마구잡이로 혼재하면서 경관을 해치고 주민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농촌협약은 이런 농촌 난개발을 막는 데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김인중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촌의 계획적 개발과 난개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공간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면서 “올해 안에 일부 시·군을 대상으로 농촌공간계획 실증연구를 추진할 계획인데 농촌협약과도 연계해 지자체 자율성을 바탕으로 농촌공간관리 실효성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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