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식물이 선사하는 따뜻한 위로 경험해보길”

입력 : 2020-01-03

반려식물과 사랑에 빠지다…‘정원사’ 박원순씨

퇴근길 화분 구입한 일 계기로 집 안에 식물 들여놓기 시작

시간 날 때마다 분갈이하고 사진 찍어 블로그 올려

회사 관두고 정원사 길로 식물이 주는 위안 담은 책 내

“공기정화·습도조절뿐 아니라 정서적인 이로움도 많아

꽃 피우면 자존감 향상 도움 외로운 이에겐 친구 돼줘”
 


“남들 보기에 아무리 못생겼어도 내 눈에는 예뻐보이는 게 가족이고 친구잖아요. 반려식물이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내 집에서, 내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은 내 가족, 내 친구. 그래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는 그런 존재지요.”

박원순(46·경기 용인)씨가 집 안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했는데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였다. 꽃집이 하나 눈에 띄었던 것.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아침마다 물 주는 모습이며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화분들이 참 보기 좋았다.

“큰맘 먹고 들어갔어요. 이것저것 꽃이랑 나무에 대해 물어보다가 화분을 하나 샀죠. 그 뒤로 하나둘 화분을 집 안에 들여놓았는데 그게 제 반려식물 키우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막 시작한 신혼생활, 비좁은 신혼집 창가에 줄줄이 세워둔 반려식물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이 시원해지는 존재였다. 시간 날 때마다 분갈이하고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면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파키라·트리안·고사리잎아랄리아를 심은 작은 화분들이 집 안은 물론 사무실 책상을 가득 채웠다.

식물들과 공유하는 추억과 이야기도 쌓여갔다. 아내와 다툰 뒤 집을 나가 헤매다 찾아간 어느 농장에서 만난 제라늄, 초등학생 딸이 학교 바자회에서 사온 알로에, 어머니가 분양해준 스킨답서스, 어느 하나 의미 없는 게 없었다.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운 점은 많이 알려져 있죠. 공기정화·습도조절 같은 거요.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아요. 힘겨운 하루를 보낸 나를 위로해주기도 하고, 잘 키워서 꽃을 피워낸 사람에겐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하고, 혼자라서 외로운 사람에겐 말이 필요 없는 친구가 돼주기도 하고요. 특히 도시에 살면서 일상의 대부분을 자연과 동떨어진 실내에서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돼주죠.”

집 안에서 식물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마음속 자리가 커질수록 식물들의 상태가 더 잘 보이고 식물들의 이야기가 더 잘 들렸다. 손가락으로 흙을 살짝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놈이 지금 목이 마른지, 물이 너무 많은지 알게 됐고 이파리를 보고 햇볕이 부족한지, 넘치는지 알게 됐다.

사랑하게 되면 자세히 보게 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연히 알게 되더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 반려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이다.

식물이 주는 행복감이 너무 커져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식물공부를 한 뒤 정원사로 살아가기 시작한 그. 반려식물을 키우며 받은 위안과 행복감을 글로 적어 책까지 낸 그다. 반려동물과는 다른 종류의 위안과 즐거움을 반려식물에서 얻을 수 있으니 꼭 집 안에 식물 하나쯤 들여놓으라고, 식물이 주는 그 따뜻한 위로를 경험해보라고 그는 권한다.

용인=이상희, 사진=김덕영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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