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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맛지도] 맛의 月드
사시사철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제철 식재료’엔 식도락가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위력이 있다. 특히 제철을 맞은 농산물은 맛이 좋고 영양도 풍부하거니와 가격 또한 부담이 없다. 2021년에도 철 따라 전국 곳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찾아 특산물을 이용한 별미도 맛보고 다양한 축제도 즐겨보자. 1월 더덕 산더덕이 제철이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씹는 맛이 좋아 ‘산에서 나는 고기’로 불리는 더덕의 최대 산지는 강원 횡성으로 국내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특히 해발고도 300m 이상의 청일면 일대가 주산지다. 산더덕은 1월이 제철이지만, 횡성에서 재배되는 더덕은 추석 2주 전부터 10월까지 수확한다. 해마다 8월말에서 9월초에 청일면 일대에서는 ‘횡성더덕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에서는 더덕구이 만들기나 더덕주 담그기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더덕을 주재료로 한 음식점도 운영되는데, 평소에도 횡성엔 더덕구이와 더덕밥이 한 상에 나오는 더덕정식 전문 식당이 많다. 칼륨·칼슘·인 등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인 더덕을 더욱 맛있게 즐길 기회를 놓치지 말자. 2월 딸기 전세계로 수출되며 맛 좋고 품질 좋기로 유명한 우리 딸기. 11월부터 수확이 시작되지만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되는 시기는 2월이다. 디저트 뷔페나 호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앞다퉈 딸기 음료, 딸기 빙수, 딸기 케이크 등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딸기 생산지에서는 딸기 축제도 연다. 딸기로 유명한 충남 논산에서는 2월부터 4월 사이에 ‘논산 딸기축제’를 개최한다. 축제장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딸기를 구입할 수 있고 딸기로 만든 간식들도 맛볼 수 있다. 축제 기간에 재배농가와 연계해 직접 수확해보는 체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2∼5월에 경기 양평에서 열리는 ‘양평딸기체험축제’도 유명하다. 직접 수확해 시식하고, 구입할 수 있는 행사로 지역의 재배농가 대부분이 참여한다. 3월 미나리 수근(水芹)·수영(水英)으로 불리며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약재로 사용되는 미나리는 추운 계절에 얼음을 깨가며 수확한 것이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특히 2월부터 3월, 경북 청도에서 생산되는 한재미나리가 유명하다. 청도읍 한재골 일대에서 생산돼 한재미나리로 불리는데 청도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이즈음 한재미나리가 재배되는 근처에서는 미나리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는 맛객들로 도로변이 주차장이 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식당뿐 아니라 재배농가에서도 비닐하우스 한동을 식당으로 만들어 수확한 미나리를 즉석에서 삼겹살과 구워 먹도록 해 이를 맛보려는 이들로 붐빈다. 미나리는 체내 중금속 등 유해물질 배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니, 이른 봄부터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이라도 한재미나리와 삼겹살의 맛궁합을 즐겨보자. 4월 취나물 취나물은 말린 나물로도 먹어 연중 즐길 수 있지만 제철은 3월부터 5월까지다. 이때는 쌈으로 즐기기에도 좋다. 전남 고흥은 전국 취나물 생산량 중 약 40%를 출하하는 최대 산지다. 바닷바람을 맞고 미사질 토양에서 자라 특히 베타카로틴과 비타민B2를 높게 함유해 면역력 향상과 항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무렵 또 다른 봄나물로 쑥을 빼놓을 수 없다. 겨우내 잃은 미각도 향긋한 쑥내음으로 되살아난다. 고흥엔 품질 좋은 쑥이 많이 나 ‘쑥섬’으로 불리는 애도가 있다. 쑥섬에는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도 있으니, 고흥의 봄나물을 맛보고 즐거운 추억도 쌓을 수 있다. 5월 두릅 쌉싸래하면서 담백한 맛이 독특해 고급 산채류로 분류되는 두릅은 나무에서 따는 참두릅, 땅에서 나무처럼 크는 땅두릅, 음나무 혹은 엄나무로 불리는 나무에서 따는 새순인 개두릅 등이 있다. 개두릅의 제철이 4∼5월이다. 강원 강릉시 사천면 해살이마을에서는 개두릅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해마다 4월말이면 마을 행사로 ‘해살이마을 개두릅축제’를 개최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개두릅은 지리적표시인 임산물 제41호로 등록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축제에서는 갓 수확해 신선한 개두릅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개두릅 새순을 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개두릅나물밥·개두릅전·개두릅수육·개두릅김밥·개두릅막걸리·개두릅떡 등 개두릅으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6월 매실 이른 봄에는 그윽한 꽃향기를, 초여름인 5월부터 6월까지는 탐스러운 과실, 매실을 선물하는 게 매실나무다. 매실로 담근 청은 배앓이를 하거나 체했을 때도 도움이 돼 상비약으로 준비해두는 가정이 많다. 수확시기에 맞춰 매실을 구입해 청이나 장아찌·잼 등으로 만들어 놓으면 일년 동안 요긴하다. 매실의 최대 산지는 전남 광양으로, 국내 매실 생산량 중 20∼30%를 차지한다. 3월부터 이른 봄소식을 전하는 홍쌍리 청매실농원은 규모가 크고 아름다워 일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광양에는 얇게 저민 쇠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광양불고기, 섬진강에서 난 제첩으로 맑게 끓인 제첩국 등 지역 명물 먹거리도 많다. 7월 복숭아 복숭아는 종류가 많고 품종에 따라 맛이 다양하며 품종별 수확시기도 다 다르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구룡리 일대에서 많이 생산되는 옥천 복숭아는 이곳 농민들의 남다른 노하우로 만들어 육질이 좋고 당도가 뛰어나다. 황도로 인기 많은 <천중도>도 맛볼 수 있다. 매년 7월말쯤이면 달콤한 향기 가득한 ‘향수옥천 포도·복숭아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에서는 다양한 문화 공연까지 진행해 일거양득의 즐거움이 기다린다. 옥수수 7월부터는 옥수수의 계절이 시작된다. 옥수수로 유명한 강원 홍천에선 껍질은 얇고 단물이 톡 터지는 찰옥수수가 나온다. 매년 7월말~8월초에 열리는 ‘홍천 찰옥수수 축제’에서 갓 수확한 햇옥수수를 즐겨보자. 홍천은 또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맑고 깨끗한 숲 36만3600㎡(11만평)에서 알파카가 뛰어노는 ‘알파카월드’가 있고, 맑은 물길과 깊은 숲길이 곳곳에 있는 바위 골짜기 ‘용소계곡’도 있다. 홍천읍의 유명한 맛집 ‘양지말 화로구이’에도 들러보자. 30년 전통을 자랑하며 양송이 더덕구이가 특히 유명하다. 8월 포도 소백산맥 추풍령 자락에 있는 충북 영동군은 달콤한 포도가 자라기에 딱 좋은 기후조건을 타고났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당도가 높고 향이 살아 있는 고품질 포도가 난다. 영동은 전국 최대 포도 재배면적을 자랑해 전국 포도 생산량의 12% 정도를 차지한다. <캠벨얼리> <메이빌>은 물론 <샤인머스캣>까지 다양한 포도를 생산한다. 포도의 고장인 만큼 8월말엔 ‘영동포도축제’가 펼쳐진다. 영동의 질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는 ‘영동와인터널’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관광명소다. 시원한 터널 안에 가득 찬 알록달록 조명 아래서 분위기 잡고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 9월 송이버섯 9∼10월에는 향 짙은 송이버섯을 놓치면 아쉽다. 경북 봉화의 소나무숲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은 특히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짙어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송이버섯은 자생조건이 까다로운데 이곳은 일교차가 큰 데다 송이가 자라기에 최적의 토양조건을 갖춘 덕분이다. 9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인 송이버섯을 알리고자 봉화에선 1997년부터 매년 이맘때 ‘봉화송이축제’를 개최한다. 축제장을 찾으면 다양한 체험 행사도 경험하고 송이버섯을 이용한 여러 가지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봉화의 또 다른 명물, 약초 먹고 자란 한약우도 유명하다. 봉성면에 있는 ‘봉화한약우프라자’에서는 신선한 한약우 부위를 취향껏 골라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다.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문수산자연휴양림 등에 가서 가을 정취를 만끽해보자. 10월 감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과일을 꼽으라면 단연 감이다. 감에는 비타민A가 풍부하고, 특히 비타민C는 다른 과일보다 함유량이 많아 하루에 두개만 먹어도 하루 섭취량이 해결된다고 한다. 감은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알려진다. 감은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오직 경북 청도에서만 나는 반시는 씨가 없고 달콤해 아이들 간식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반시가 출하되는 10월 중순엔 ‘청도반시축제’가 열려 청도 반시 품평회와 요리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반시를 손에 들고 좀더 특별한 곳에 가보고 싶다면 ‘프로방스 포토랜드’에 가보자. 유럽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이국적인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11월 고구마 11월경이면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전남 해남에선 알찬 고구마가 주렁주렁 열린다. 깨끗한 물과 황토밭에서 자라 더욱 튼실한 해남 고구마는 포실포실하고 달아 고구마 중에서도 으뜸으로 통한다. 매년 11월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흥사 두륜산도립공원에서 개최되는 ‘해남미남축제’에 가면 고구마는 물론 배추·김 등 해남의 대표 농수산물로 만든 해남 밥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해남 고구마의 맛과 생김새를 똑 닮은 고구마빵을 파는 빵집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도 명소다. 12월 유자·감귤 매년 11∼12월이면 경남 거제엔 향기로운 유자향이, 제주엔 감귤향이 퍼진다. 온난한 해양성기후로 해풍이 불어 다른 지역 유자보다 더 맛있는 유자가 열리는 곳이다. 거제 유자는 색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이 시기에 거제에 가면 노랗게 열린 유자 때문에 때아닌 봄여름 분위기가 난다. 거제의 대표적인 실내 식물원인 ‘거제식물원 정글돔’에 가면 추위를 잊고 녹색식물에 둘러싸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겨울 대표 간식 감귤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제주로 가자. 이 무렵이면 ‘제주감귤박람회’가 열리니 주렁주렁 달린 감귤을 직접 따서 먹어볼 수 있다. 김민지, 이연경 기자 vivid@nongmin.com
2021-01-08
요리
가파도, 구수한 ‘청보리막걸리’ 기름 오른 ‘방어회’ 제철
이 거리 먹거리 가파도 상동포구(북쪽)와 하동포구(남쪽) 인근엔 카페·식당들이 있어 여유로이 시간을 즐기기에 좋다. 이중 여러 가게에서 보리와 관련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핫도그를 비롯해 미숫가루·스무디·카페라테·찹쌀떡·빵·아이스크림 등 가파도 보리가 들어간 다양한 디저트들을 맛볼 수 있다. 푸른 청보리가 일렁이지 않는 때에도 풋풋한 그 내음을 음미할 수 있는 것. 그중 가파도 청보리막걸리를 맛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가파도 외 제주 본섬의 일부 가게에서도 구할 수 있는 술이지만, 그 보리가 났다는 이 섬에서의 한잔은 바깥에서 맛보는 감흥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살짝 걸쭉하면서도 텁텁하지 않고 구수한 보리향이 뒷맛에 인다. 배를 타고 내리는 상동포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막걸리 파는 가게(편의점)가 있으니 본격적으로 섬을 거닐기 전 가볍게 한잔 걸치고 시작해도 괜찮겠다. 이맘때 가파도를 갔다면 맛볼 또 하나의 먹거리, 모슬포 일대의 겨울 방어회(사진)다. 가파도 주변의 바다는 거친 파도로 유명하다. 그 거친 물살을 헤치며 나타난 방어는 살이 차지면서 단단하다. 모슬포는 우리나라에서 방어를 가장 많이 잡는 곳 중 하나로, 11∼2월 무렵 기름기가 통통하게 오른 방어 제철을 맞는다. 가파도에서 운진항으로 나와 1㎞ 정도 떨어진 모슬포항으로 가면 저렴하고 신선한 방어회를 파는 횟집들을 찾을 수 있다. 이현진 기자
2020-12-11
요리
[우리 술 답사기] 범상치 않은 맛, 이건 예술이야
‘호랑이배꼽막걸리(720㎖)’의 호랑이 그림과 글씨는 이혜인 대표의 아버지 이계송 화백의 작품이다. 350㎖의 ‘호랑이배꼽막걸리’ 미니병의 귀여운 호랑이 그림은 언니인 이혜범씨의 솜씨다. [우리 술 답사기] ②경기 평택 호랑이배꼽양조장 예술가 가족이 차린 양조장 건강한 지역농산물 사용 고집 고두밥 대신 생쌀 으깬 뒤 발효 3년·5년 숙성 증류주 ‘소호’ 단맛 은은하고 끝맛 깔끔 완숙주 ‘호랑이배꼽막걸리’ 산뜻하고 개운한 맛 강해 현재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양조장은 모두 2000여곳. 그중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를 빚는 양조장은 1100여곳에 달한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이 알고 마시는 우리 술은 기껏해야 10여종이나 될까. 그만큼 직접 지역에 가지 않으면 맛보기 어려운 우리 술들이 부지기수이다. 본 기획을 ‘답사기(踏査記)’로 이름한 건 그래서다. 어떤 곳을 직접 밟아 가보는 것처럼 우리 술의 면면을 톺아본다는 뜻도 있지만, 두발로 걸음해야 만날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우리 술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에 자리한 호랑이배꼽양조장의 술도 그런 경우다. 이곳에서 만드는 증류식 소주인 <소호(Soho)>는 오직 양조장을 찾은 손님에게만 내줄 뿐, 오프라인 주점·마트는 물론 양조장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구매할 수 없다. ‘소호56’의 라벨은 ‘술 마시는 동안 항상 봄이길’ 바라는 뜻을 담은 이계송 화백의 ‘상춘’ 작품이다. 5년 숙성 고품격 소주 ‘소호(Soho)’ “<소호>는 정말 힘들게 만드는 술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이 술을 빚었는지 그 과정을 알고 구매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로지 양조장에 오신 분들에게만 팔고 있어요.” ‘웃는 호랑이(笑虎)’라는 뜻의 <소호>는 호랑이배꼽양조장의 이혜인 대표가 2018년 처음 상품화한 쌀 증류주다. 백미와 발아현미로 원주를 담근 뒤 단식의 상압 증류기로 매 겨울 두세번 술을 끓여 만든다. 눈에 띄는 특징은 5년 세월을 담았다는 점. 보통 숙성 기간으로 3년 정도면 국내 증류식 소주 중에선 가히 오랜 기간 숙성한 고급 술에 속한다. <소호>의 경우 출시 당시엔 1∼2년 기간의 숙성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올들어 5년 숙성의 <소호56(56도주)>과 3년 숙성의 <소호36.5(36도주)> 등 2가지 소주를 판매 중이다. 이 대표는 “<소호>는 70년 된 흙집, 그 안에 들여놓은 항아리에서 우리 사계절의 변화를 수차례 겪은 술”이라며 “같은 기간이어도 스테인리스 통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낸 것과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류주는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날카로웠던 향과 맛이 정돈되고 부드러워진다”며 “<소호>는 부드럽고 깔끔해서 초록병 소주를 못 드시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고도주를 잘 즐겼던 이가 아니라면 높은 도수의 술은 대개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호>는 화하면서도 조화로운 깊이가 있어 높은 도수임에도 맛과 향이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은은한 단맛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끝 맛이 특징이다. 초심자라면 화한 잔향이 경쾌한 <소호36.5(200㎖·3만원)>를, 애호가라면 깔끔함에 깊은 바디감이 더해진 <소호56(500㎖·20만원)>을 권한다. 호랑이배꼽양조장은 오래된 한옥을 양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부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 술을 판매하고 시음할 수 있는 공간도 운영한다. 지역을 말하는 예술가 집안의 양조장 호랑이배꼽양조장이 술을 내놓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이 대표의 부친이자 원로 서양화가로서 일찍이 유럽을 많이 돌아본 이계송씨가 농촌이 잘사는 그 나라들이 부러워 고향이자 함평 이씨 집성촌인 평택시 포승읍에 양조장 문을 열었다. 평소 술을 좋아한 연유도 있지만 지역농산물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서 술 빚기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도 술을 빚는 모든 쌀은 포승읍에서 재배한 것만을 사용한다. “처음엔 배 와인을 만드셨다가 이내 수년간 막걸리 양조를 연구하셨죠. 평택이 배와 쌀 모두 유명하거든요. 예전에 할머니·할아버지께서 방앗간을 운영하셨는데 그때부터 깨진 쌀과 부산물로 가양주를 빚으셨던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게 우리 양조장의 시초인 셈이죠.” 생쌀로 술을 빚는 방식도 이 방앗간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쌀로 빚는 술은 당화와 발효가 잘 일어나도록 증기에 찐 고두밥을 원료로 쓰지만, 호랑이배꼽양조장은 찌지 않고 으깬 생쌀을 누룩·물과 혼합해 40일간 발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찐 쌀에 비해 발효 기간이 길다. 그 대신 지게미가 적고 산뜻한 맛의 술이 빚어진단다. 이 대표는 2016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술을 빚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 대표를 맡고 언니인 이혜범씨와 양조 과정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 가족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이 대표는 포토그래퍼(사진작가)로 일했고, 언니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이다. 가족의 예술적 감각은 세련된 술병 라벨(상표)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에 이어 호랑이배꼽양조장의 대표를 맡은 이혜인씨. 청주처럼 맑고 가벼운 ‘호랑이배꼽막걸리’ 호랑이배꼽양조장이란 이름은 평택이 호랑이처럼 생긴 한반도의 배꼽 자리에 있어서 그리 지었단다. 이 이름이 고스란히 담긴 <호랑이배꼽막걸리>는 <소호>가 탄생하기 전, 양조장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6.5도의 프리미엄 탁주다. 백미와 현미로 담근 술을 40일간 발효한 뒤 100일 동안 저온 숙성해 만든다. 이런 양조 기간은 다른 프리미엄 막걸리와 견줘도 상당히 긴 축에 속한다. 이는 호랑이배꼽양조장의 술이 제대로 익은, 이른바 완숙주를 지향하고 있어서 그렇다. “막걸리를 사왔는데 부글부글 끓어서 넘치는 것 본 적 있죠? 발효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미숙주여서 그래요. 저희는 발효를 모두 마친 완숙주를 만들어요. 그래서 일반 막걸리와 달리 흔들어도 술이 쉽게 병 밖으로 넘쳐 차오르지 않아요.” <호랑이배꼽막걸리>는 탁주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탄산이 있더라도 아주 연한 수준의 느낌만을 전한다. 그러나 일반 막걸리의 텁텁함 대신 산뜻하고 개운한 맛이 강하다. 쌀로 빚은 술이지만 과일 향과 같은 상큼한 맛이 감돌다 사라진다. 탁주임에도 청주와 같이 깔끔하고 탄산이 센 음료 못지않게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대표는 “우리 양조장의 술들엔 이곳 앞마당의 지하 암반수를 사용해요. 이 일대의 지반이 화강암으로 이뤄졌는데 물맛이 부드럽고 깔끔하거든요. 원주에 물을 타서 만드는 막걸리인 만큼 특히 이 물맛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거예요.” 양조장에서만 파는 <소호>와 달리 <호랑이배꼽막걸리(720㎖·7000원, 350㎖·3500원)>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smartstore.naver.com/tigercalyx)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선 2병부터 구입할 수 있으며 양조장에 직접 들르면 1병도 사갈 수 있다. 이밖에 양조장에서는 술 빚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문할 예정이라면 호랑이배꼽양조장(☎031-683-0981, 경기 평택시 포승읍 충열길 37)으로 사전 문의해 구매 가능한 술의 재고(특히 증류주)와 체험프로그램 일정 등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평택=이현진, 사진=김병진 기자 abc@nongmin.com
2020-11-27
요리
[탕의 계절] 오징어 속 끓여 속 풀어볼까!
오징어 내장탕 찬바람이 옷깃 사이를 파고드는 계절이 오면 그리워지는 것이 있다. 모락모락 김을 내며 뜨끈뜨끈 몸을 데워주는 탕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탕’을 ‘국의 높임말’ 또는 ‘일반적인 국에 비해 오래 끓여서 진하게 우려낸 국물’이라고 정의한다. 재료가 무엇이든 넉넉히 물을 부어 푹 끓여낸 음식이다. 그러니 탕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이다.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 바다면 바다, 육지면 육지에서 제철을 맞아 탕으로 빛나는 것들이 있다. 동해의 오징어내장탕, 남해의 연포탕, 서해의 꽃게탕, 그리고 중부 내륙의 민물새우탕이다. 이 계절이 지나도 맛볼 수 있지만 이 계절에서야 최고인 제철 탕을 찾아가본다. 울릉도 토속음식 ‘오징어내장탕’을 아시나요? 오징어 말릴 때 배 갈라 내장 빼는데 먹을 것 귀한 시절 ‘정소’ 가져다 요리 선도 오래가지 않아 주산지서만 먹어 호박잎·무·콩나물 등과 함께 끓이면 국물 시원…내장은 부드럽고 고소 특별한 맛 아니지만 개운함에 ‘인기’ 저동항·도동항 인근 식당 흔한 메뉴 제철 내장 냉동 … 언제든 먹을 수 있어 울릉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이다. 오징어를 말리려고 손질하면서 나오는 내장을 버리지 않고 탕을 끓였다. 오징어내장탕, 이름 그대로 풀이하자면 오징어내장으로 끓인 탕이라는 뜻일 텐데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떤 모습을 하며 어떤 맛을 내는 탕일까. 왜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보거나 먹어볼 기회가 없었을까. 오징어내장탕은 경북 울릉군, 울릉도의 토속음식이다. 오징어를 말릴 땐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버리는데, 이 내장을 가져다가 탕을 끓여 먹었던 것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이야기다. 울릉도 사람이라면 오징어 철에 집에서 어머니가 끓여준 오징어내장탕 한번 먹어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흔했다. 선도가 만 하루도 가지 않는 오징어내장의 특성상 오징어 주산지에서나 먹을 수 있는, 울릉도에서나 먹었던 음식이다. 그렇다고 귀한 음식 취급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냥 두면 버릴 것을 가져다 음식으로 만들었으니, 가난한 어머니의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을지언정 ‘고급’은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식당에서 돈 받고 파는 음식도 아니었다는 것이 박일래 울릉수협 저동어촌계장의 설명이다. “울릉도 사람들은 식당에서 안 사 먹어. 집에서 맨날 만들어 먹던 음식을 왜 나가서 사 먹어. 요즘 식당에서 오징어내장탕을 파는 데가 많은 건 다 관광객 때문이지. 소문이 나면서 다들 찾으니까.” 금어기가 끝나고 찬바람 부는 가을이 오면 오징어도 제철을 맞는다. 저녁나절 저동항 어판장 앞 포구에 빼곡히 들어선 오징어잡이 배에 눈부시게 빛나는 집어등이 하나둘 켜지면, 신호다. 오징어잡이가 시작된다. 밤새 망망대해에서 오징어를 잡은 배들은 새벽녘에 저동항으로 돌아온다. 한때는 200m에 달하는 어판장 북쪽 끝에서 남쪽 끝이 매일매일 오징어로 가득 찼었다. 중국 어선, 수온 상승 등 여러 이유로 어획량은 크게 줄었지만 찬바람이 부는 이즈음 저동항 어판장의 주인공이 오징어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벽 4∼5시, 크고 작은 오징어잡이 배들이 들어오면 어판장은 금세 ‘핫 플레이스(인기 장소)’가 된다. 오징어를 하역할 사람, 경매사, 중도매인, 그리고 오징어 배를 가를 여인네들로 붐빈다. 오징어는 쉬이 상하는 식재료라 산 채로 잡아둬도 이틀이면 죽기 일쑤다. 그래서 오징어를 부리는 어판장에서 바로 배를 가르는 것이다. 여인네들은 어판장 바닥에 앉아 수십년 제 손과 함께해온 칼을 쥐고 팔딱거리는 오징어 배를 가른다. 오징어 다리를 쥐고 칼날을 한번 휙 휘두르면 원통이던 오징어가 순식간에 평면이 된다. 하얀색 정소와 누런 내장은 뜯어 고무대야에 모은다. 따로 모은 내장 중 하얀색 정소가 바로 오징어내장탕의 주재료다. 이를 호박잎과 무·콩나물을 넣고 끓이면 된다. 국물은 시원하고 오징어내장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특별한 맛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개운해서 울릉도 사람들의 해장을 책임졌던 주인공이다. 집집이 ‘레시피’도 다르다. 고춧가루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내거나, 된장이나 고추장을 넣기도 한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맑게 끓이는 집도 있다. 울릉도 토박이 정의진씨(39)의 기억 속 오징어내장탕에는 묵은지가 들어가 있다. “저희 어머니는 묵은지를 송송 썰어서 함께 넣고 끓여주셨어요. 여름이면 호박잎을 넣고 끓여주셨죠. 어릴 때는 무슨 맛으로 먹나 했는데 지금은 시원한 맛이 좋아서 종종 먹어요.” 오징어는 쉬이 상하는 식재료라 산 채로 잡아도 이틀이면 죽기 일쑤다. 그래서 오징어를 부리는 어판장에서 바로 배를 가른다. 오징어내장탕은 이제 울릉도 저동항이나 도동항 인근 식당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메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오징어 철에만 내장탕을 팔던 식당들이 이제는 가을에 산 내장을 냉동해뒀다가 사시사철 내놓는다. 울릉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소문 덕분에 찾는 외지인이 늘어서다. 일이 이렇게 되자 공짜이던 내장에도 값이 매겨졌다. ‘요즘엔 1킬로그램에 오천원’이라는 게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다. 울릉=이상희, 사진=김도웅 기자
2020-11-27
요리
[대청호 민물새우탕] 알 그득그득 품은 ‘새뱅이’ 톡톡 터지는 식감에 감탄사 절로
고춧가루로 얼큰한 맛을 살린 민물새우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탕’ 열전] 대청호 밀물새우탕 충청·전북 금강 유역서 별미 자리매김 기본양념만 넣어 맑고 소박한 맛 자랑 은은히 가을을 머금은 호반(湖畔)의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청호지만, 사실 이맘때 대청호를 방문할 이유는 따로 있다. 제철을 맞은 민물새우탕을 맛볼 수 있어서다. 충청도 사투리로 ‘새뱅이탕’으로도 불리는 민물새우탕은 충청과 전북지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충청도에선 대청호를 포함한 금강 유역에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일대에서 닭백숙이나 장어구이를 파는 식당마저도 민물새우탕을 곁들여 준다고 써 붙여 손님을 끌 정도로 민물새우탕은 유명한 지역 별미다. “요즘이 딱 제철이에요. 새우살이 통통하게 오른 거 보이시죠?” 대전 동구에서 30년 넘게 영업 중인 ‘은골할먼네’ 김학란 사장(59)의 말이다. 자세히 보니, 새끼손가락 두마디만 한 새우는 두둑이 살이 올라 있는 데다가 배엔 연한 황금빛 알까지 그득그득 차 있어 과연 제철이란 걸 실감케 한다. 맛보지 않고 황금빛 알만 보고 있어도 흐뭇할 정도인데, 가격도 기특하다. 네사람이 먹을 만한 민물새우탕 대(大)자가 3만원. 주머니 가벼운 나들이객이라도 제철 미식을 즐기기엔 부담이 없다. 그러나 혹자는 궁금하기도 할 터다. 제철을 맞은 싱싱한 민물새우. ‘민물새우면 토하(土蝦), 옛날에는 임금님께 진상했다던 귀한 음식 아닌가? 토하로 이렇게 푸짐한 탕을 끓일 수도 있어?’ 사실 이는 민물새우를 부르는 이름이 지역별로 다르고, 민물새우에도 종류가 있어 생긴 궁금증이기도 하다. 크기가 작은 민물새우 종류인 생이새우로 젓갈을 담그는 전남지역에서는 생이새우만 토하라고 부르고, 충청도와 일부 전북지역은 생이새우·줄새우·징거미새우 등 민물새우를 통틀어 토하나 새뱅이라고 부른다. 탕에는 가재처럼 생긴 징거미새우가 주로 들어가는데, 지금이 딱 막바지 어획철이란다. 다만 요즘에는 대청호가 아니라 충남 일부와 전라도 금강하굿둑에서 잡힌 것을 가져다가 쓰고 있다. “맨 처음 식당을 시작했을 땐 대청호가 주요 산지여서 여기에 민물새우탕집이 생겼던 건데, 이제는 역으로 민물새우탕 때문에 대청호에 민물새우도 오고 손님들도 오게 됐죠.” 궁금증이 가셨다면 이젠 허기를 가실 차례. 버너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민물새우탕의 모양새는 소박하지만, 한숟가락 뜨는 순간 뜨끈한 국물을 홀홀 들이마시느라 정신이 없어진다. 탕에 들어간 것은 민물새우, 큼직하게 깍둑썰기한 호박과 제철 무와 미나리·쑥갓 정도인데 이리도 입맛을 당기게 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씹으면 입안에서 얼큰히 물 찬 새우살이 톡톡 터진다. 쫄깃쫄깃 차진 수제비도 건져 먹는 재미가 있다. 탕엔 조미료 없이 고춧가루와 마늘·소금 등 기본양념만 했을 뿐이란다. “맹물을 붓고 간만 맞춰 먹어도 맛있는 건데 굳이 양념을 많이 넣을 필요가 없어요. 특히 충청도에선 이렇게 맑은 국물로 즐겨 먹죠.” 한편 민물새우를 탕으로 즐겨 먹는 또 다른 지역인 전북 임실 옥정호의 운암매운탕거리에서는 조금 다른 맛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선 우거지와 들깻가루를 넣어 걸쭉하고 진하게 끓여낸다. 대전=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2020-11-27
요리
[전남 무안 낙지연포탕] 국물 맛은 시원, 씹는 맛은 보들·쫀득…원기 회복 효과도 일품
전남 무안 갯벌의 싱싱함이 담긴 낙지연포탕. [전국 방방곡곡 ‘탕’ 열전] 전남 무안 낙지연포탕 9월부터 11월말까지 낙지 맛 ‘절정’ 맑은 비법 육수에 살짝 데치듯 삶아 말갛게 우려 감칠맛 낸 국물에 퐁당 빠지는 싱싱한 생물. 꿈틀거림을 멈춘 지 1∼2분이나 지났을까. “거 너무 오래 끓이면 안된당께. 질겨지기 전에 얼른 빼 드쇼잉.” 희끄무레한 살집이 붉은 빛깔을 띠기 시작할 때쯤 몸통과 다릿살을 숭덩숭덩 자른다. 호로록 들이켠 뜨끈한 국물 뒤로 탱글탱글 씹히는 부드러운 낙지살. 다른 탕이야 보통 끓일수록 맛이 깊어지나 이 탕은 오래 두면 제맛을 못 본다. “지금이 연포탕 젤로 맛있는 때여. 더 추우면 인자 쏙 들어간께 잘 안 잽힌다 안허요.” 전남 무안 버스터미널 옆에 자리한 무안수산시장과 무안낙지골목. 시장과 식당들이 서로 바짝 붙어선 이 거리는 이맘때 싱싱한 낙지들이 고무대야마다 그득하다. 인근 망운면·해제면·현경면 일대 무안 갯벌에서 잡은 낙지들. 한껏 물오른 제철 낙지를 맛보려면 그 몸값이 더 비싸지기 전인 지금 바로 찾아야 한다. 한겨울에도 잡히긴 하지만 그 수가 훨씬 줄어들기 때문. “9월부터 11월말까정 맛이 젤 좋지라. 봄 낙지도 부드럽긴 한디 가을이 돼야 살이 쫀득쫀득하니 감칠맛이 오른당께. 여그 있는 것들은 다 우리 남편이 나가 직접 잡은 것들이여. 대야에 살아 있는 쪼매난 게들 보이지라? 우린 이것들 묶어다가 낚시해 잡는디 이런 걸 주낙이라 하제, 주낙.” 무안낙지골목 해제수산 주인장인 이성심씨가 산낙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무안낙지골목에서 20년째 장사하고 있는 ‘해제수산’ 주인장 이성심씨(62). 낙지는 보통 삽으로 푸거나 맨손으로도 잡지만, 이 집에선 낚싯줄에 작은 칠게들을 묶어 낚시하는 ‘주낙’ 방식으로 낙지를 잡아 올린다. 직접 잡은 만큼 손바닥 만한 것에서 팔뚝 만한 것까지 그 크기도 여러가지다. 작은 건 탕탕이로, 큰 건 볶음용으로 쓰고 연포탕엔 중자 이상 큰 것들을 넣는다. “야들하면서 탱탱하니 식감도 있어야 하고 시원한 맛도 제법 우러나야 하니께. 육수는 무·다시마·멸치 우린 물을 쓰고 호박·당근·양파·미나리를 넣고 끓이제. 예전엔 육수에 말린 박속도 써봤는디 지금 이 골목선 다 무를 쓰지라.” 낙지연포탕은 미리 만들어놓은 육수가 중요하다. 주재료로 국물 맛을 잡는 여느 탕들과 달리 낙지연포탕의 낙지는 데치듯 금세 삶아 국물에서 건져 올리기 때문이다. 집마다 육수 비법은 각기 다르다. 같은 무안낙지골목에서도 어느 집은 콩나물을 넣는가 하면 쑥갓을 넣고 끓이는 곳도 있다. 다만 어디 간들 그 시원함이 감탄사를 부른다. 개운함에 칼칼함까지 더하고 싶다면 말간 국물에 청양고추 한두개쯤 톡톡 썰어 넣으면 그 맛이 더욱 좋다. 낙지는 자연 강장제라 불릴 만큼 영양이 풍성한 식품이다.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또 원기 회복과 피로 해소를 돕는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이곳 무안 외에도 싱싱한 낙지가 들어간 뜨끈한 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무안낙지골목과 더불어 유명한 영암의 독천낙지음식거리에 가면 한우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인 ‘갈낙탕’을 맛볼 수 있다. 충남 일대에는 박속과 함께 칼국수 등을 넣는 ‘박속낙지탕’ 또는 ‘밀국낙지탕’ 집들이 있다. 무안=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
2020-11-27
요리
[누런탕] 갈색 띠는 오징어 내장 부분 활용 특유의 ‘쿰쿰한’ 묘한 매력
누런탕 또 다른 별미 ‘누런탕’ 오징어내장으로 만들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토속음식이 울릉도에 또 하나 있다. 일명 ‘똥창’으로 불리는 ‘누런탕’이다. 울릉도 사람들은 오징어내장탕의 재료인 정소를 흰창, 갈색을 띠는 내장 부분을 누런창이라고 부르는데 이 누런창을 사용해 만든 탕이다. 그 생김새 때문에 똥창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담백하고 깔끔한 흰창에 비해 내장 특유의 비린 맛을 가지고 있어 ‘육지 사람들’은 잘 못 먹는다는 것이 오징어내장탕으로 유명한 ‘삼정본가식당’ 주인장의 설명이다. 똥창은 만드는 법도 까다롭다. 봄에 얻어온 싱싱한 내장을 소금에 절여 가을까지 익힌다. 가을이 되면 꺼내 된장을 넣고 중불에 한시간 정도 달이는데, 사람이 지키고 서서 내내 저어줘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이때 고약한 냄새가 엄청나 손님 있을 때는 못하고 새벽에 혼자 한다”고 삼정본가 주인장은 말한다. 달이는 동안 떠오른 기름은 다 걷어내고 겨우내 말린 시래기를 넣고 청양고추를 약간 추가한 뒤 끓여내면 완성이다. 그냥 떠먹어도 되지만 울릉도 사람들은 밥에 비벼 먹는 걸 좋아한다. 갓 지은 쌀밥 위에 똥창 한 숟가락 올려 쓱쓱 비빈 뒤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먹으면 칼칼하고 짭짤하고 구수한 맛이 어우러지다가 밥을 삼키기 직전 내장 특유의 쿰쿰함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울릉도 사람들이 모두 손사래 친 것만큼 ‘육지 사람은 못 먹을’ 음식은 아니다. 오히려 두입 세입 먹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탕이다. 젓갈의 쿰쿰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하지만 똥창은 찾는 사람도 많지 않고 만들기도 복잡해 울릉도에서도 파는 식당이 거의 없다. 만들어 내는 식당이어도 메뉴에 적어두지 않을뿐더러 예약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 그러니 먹어볼 참이라면 꼭 미리 연락하고 가자. 울릉=이상희 기자
2020-11-27
요리
[충남 태안 꽃게탕] 제철 만나 살 오른 꽃게, 특별한 양념 없이도 감칠맛 가득
충남 태안 안면도의 꽃게탕. 다 익은 암게를 갈라보니 장(腸)과 살이 그득하다. 살은 고소하고 껍데기에선 단물이 스며 나온다. [전국 방방곡곡 ‘탕’ 열전] 찬바람 불어오니 ( )도 끓는구나 충남 태안 꽃게탕 된장·소금 풀고 청양고추로 얼큰하게 체면 잊고 껍데기 구석구석 발라 냠냠 푹 익힌 게의 속살을 살살 발라 먹으면 그 감칠맛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은 게를 먹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손에는 게 발을 들고 한손에는 술잔을 들고 주지(酒池)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 데 무엇을 더 바라리오.” 게는 다 맛있지만, 지금은 꽃게가 제철이다. 여름에 산란기를 보내고 다시 오동통하게 살이 차오른 꽃게가 잡혀오는 때다. 꽃게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지금은 탕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얼큰한 꽃게탕 국물 한모금에 달짝지근한 꽃게살을 호로록 먹으면 추위로 얼었던 양볼에 온기가 퍼진다. 꽃게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꽃게 주산지 중 하나인 충남 태안 안면도다. 안면도 사람들에게 꽃게는 일상적인 음식 재료다. 집 앞 바다에 어망 쳤다 하면 잡히는 게 꽃게니, 꽃게탕·게국지 등 다양한 꽃게 향토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맘때 안면도 백사장수산물어시장에 가면 수조마다 꽃게가 한가득이다. 안면도에 가면 ‘거의 모든 식당에서 꽃게탕을 내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된 백반집부터 대형 횟집까지, 그 어디를 봐도 메뉴판엔 꽃게탕이 빠지지 않는다. 그중 ‘백사장항꽃게거리’에 있는 식당 ‘복음회관’을 찾았다. “안면도 어느 식당에 가나 꽃게탕은 다 맛있어. 진짜여. 갓 잡은 싱싱한 꽃게로 만드니까.” 복음회관에서 23년째 일하는 유관순씨(68)가 냄비엔 꽃게탕 육수를, 바가지엔 아직 살아 꿈틀대는 꽃게를 담아서 나왔다. 육수와 살아 있는 꽃게를 따로 내오는 건 그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팔딱거리는 꽃게가 팔팔 끓는 육수 안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손님들이 두눈으로 봐야 더 기분 좋게, 맛있게 꽃게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꽃게가 빨갛게 익어가며 감칠맛을 뿜어대니, 이곳 꽃게탕 육수엔 특별한 양념이나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꽃게의 비린내를 잡아줄 된장과 볶은 소금 살짝 풀어 넣고 양파·대파·청양고추 등을 넣은 게 전부다. 암게 한마리를 반으로 툭 갈라보니 장(腸)과 살이 그득하다. “봐봐, 장이 이렇게 차 있지. 초가을엔 암게가 삐쩍 말랐는데 논에 있는 벼 다 베었을 때 잡은 암게는 먹기 딱 좋아.” 손끝을 데건 말건, 모락모락 김이 나는 큼지막한 꽃게 조각을 집었다. 양손으로 다리 한쪽씩 잡고 몸통을 쫙 찢으니 하얀 살이 튀어나온다. 한입 베어 무니 탱글탱글한 살이 입으로 쏙 들어온다. 꽃게살을 맛보고 나면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진다. 그저 껍데기 구석구석 숨어 있는 살만 더 발라 먹을 수 있다면, 입가에 뭐가 묻든 손가락이 더러워지든 알 바 아니다. 뜨끈한 국물도 한술 떠먹지 않을 수 없다. 구수한 된장에 달큰한 꽃게 육수가 더해지니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청양고추가 만들어낸 얼큰한 끝맛에 온몸의 긴장이 풀린다. 그 와중에도 보글보글 끓는 꽃게탕. 국물 맛은 더욱 깊어지고 꽃게 껍데기는 수북이 쌓여만 간다. 태안=김민지, 사진=김도웅 기자 vivid@nongmin.com
2020-11-27
요리
김장이 어렵다고?…긴장하지 마세요
절임배추에 동봉된 양념을 버무려 용기에 담기만 하면 김장 끝이다. 농협김치가공공장에서 생산된 절임배추와 양념. ‘이것’만 있으면 우리 집도 축제의 장 절임배추·양념 등 한데 담은 키트 전국 각지 농협·하나로마트서 판매 집에서 버무리기만 하면 금방 ‘뚝딱’ 국내산 재료 쓰고 해썹 인증받아 지역마다 다른 맛 ‘고르는 재미’도 김장을 담그고 싶어도 재료를 준비하려니 번거로워 김장이 꺼려진다고? 그렇다면 모든 김장 재료가 들어 있는 ‘김장키트’를 주문해보자. 절임배추와 양념이 깔끔하게 포장돼 집에 도착하니 재료를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특히 농협 김장키트는 100% 국내산 재료만 쓰는 것은 물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인증도 받아 위생적이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지역농협이 생산하는 양념 맛마다 지역의 개성이 나타나니 원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스티로폼 상자에 포장돼 온 김장키트. ◆강원 평창 대관령원예농협 절임배추=지금 당장 김장을 하고 싶다면 강원도산 절임배추가 정답이다. 해발 7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강원도 고랭지배추는 쉽게 무르지 않아 저장성도 우수하다. 좋은 품종의 고랭지배추에 전남 신안산 천일염을 3번 절이고 5번 헹궈냈다. 절임배추 약 5포기가 든 10㎏ 한상자가 3만2000원. ☎1544-3348. ◆충남 아산 선도농협 절임배추&양념=깔끔한 맛의 충청도식 김치를 좋아한다면 선도농협 김장키트를 선택하자. 직접 쑨 찹쌀풀에 표고버섯 가루를 넣어 맛을 냈고, 푸른 갓을 넣어 청량감을 더했다. 11월초부터 배송되며 절임배추 10㎏ 2만6000원, 양념 4㎏ 4만9000원이다. ☎041-544-4244. ◆전북 진안 부귀농협 절임배추&양념=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지난해 김치 품평회에서 최우수 브랜드로 선정된 부귀농협 <마이산김치>도 절임배추와 양념을 판매한다. 절임배추는 마이산 고지대에서 생산한 것을 쓰고, 양념에는 건고추를 불린 물고추와 찹쌀 알갱이를 오래 끓여낸 찹쌀풀을 넣는다. 절임배추 10㎏ 2만8000원, 양념 4㎏ 5만7000원. ☎063-433-5356. ◆전남 순천농협 절임배추&양념=순천농협의 절임배추는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자라 남도배추치고 크기는 작아도 조직이 더 치밀하고 단맛이 강하다. 양념에는 미나리와 청각을 잘게 썰어 넣어 풍미를 살렸고, 재래종 갓을 넣어 개성을 더했다. 전라도식 양념에는 간 멸치육젓이 들어가며, 경기도식 양념에는 멸치육젓이 빠지고 새우젓이 더 많이 들어간다. 가격 미정. ☎061-743-3583. ◆전남 해남 화원농협 절임배추&절임알타리무&양념=해풍을 맞고 자란 일반 절임배추와 스테비아농법으로 재배한 절임배추, 절임알타리무를 판매한다. 양념은 전라도식과 경기도식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 절임배추 10㎏ 2만9800원, 스테비아농법 절임배추 10㎏ 3만1800원, 절임알타리무 5㎏ 4만1000원, 양념 3.5㎏ 3만9800원. 세트로 사면 3000원 할인가에 구입할 수 있다. ☎061-534-4196. ◆경북 서안동농협 절임배추&양념=서안동농협은 경북 북부 고지대에서 난 배추를 절이고, 양념은 멸치액젓을 끓여 넣어 군내 없이 깔끔한 맛을 낸다. 또 지역농가에서 생산한 상황버섯 진액 추출물을 양념에 첨가해 김치에 맛과 건강을 더했다. 절임배추 10㎏ 3만8500원, 양념 4㎏ 4만8000원. ☎054-858-8232~3. ◆경남 창원 웅천농협 절임배추&양념 세트=풍부한 해물맛이 나는 경상남도식 김치양념이 특징이다. 제주 추자도산 멸치젓에 추염해 숙성시킨 새우젓을 양념에 쓴다. 절임배추와 양념이 세트로 구성돼 있으며, 김장을 끝내면 딱 김치 10㎏이 완성된다. 가격은 미정. ☎055-545-0313~4. 인터넷 주문보다 현장에서 직접 사는 것을 선호한다면 농협하나로마트에 가서 구입할 수도 있다. 5일부터 수도권 하나로마트에서, 19일부터는 전국 하나로마트에 김장키트가 진열된다. 지역별로 벌써 사전예약 물량이 품절됐다고 하니 각 지역 하나로마트에 문의해보자. 이연경, 사진=김도웅 기자 world@nongmin.com
2020-11-06
요리
[전국 김장축제] 김치도, 추억도 담아가세요
전국 김장축제 충북 괴산 외에도 전국에 김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년과 같은 대규모 김장축제를 즐기긴 어렵지만 신선한 공기가 있는 지역을 찾아 직접 김장하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경기 양평 청운농촌체험장(☎031-774-4301, 4302)은 11월 한달 동안 김장 체험 여행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당일·1박2일로 구분해 신청할 수 있고 1인 참가비는 각각 2만7000원·6만원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김장 담그기와 함께 배추·무 수확, 간식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충남 청양 가파마을(☎ 041-944-2401)은 6일 김장 체험행사를 연다. 점심 비용을 포함해 1인당 1만원을 받는다. 사전 신청으로 40명까지 선착순 접수한다. 전북 김제시와 동김제농협(☎063-547-6633)은 7·14일에 동김제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앞마당에서 김장 체험행사를 개최한다. 사전 예약을 통해 230팀까지 접수하며, 1인 체험비는 4만원이다.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김치타운(☎062-676-3601, 3602)에서도 이달 30일부터 12월20일까지 빛고을 사랑나눔 김장대전축제가 열린다. 김치 명인의 레시피를 따라 맛있는 김치를 담가볼 수 있으며 10㎏당 6만2000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12월14일까지 광주세계김치축제 홈페이지(kimchi.gwangju.go.kr) 또는 전화로 접수하면 된다. 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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