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제철 식재료’엔 식도락가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위력이 있다. 특히 제철을 맞은 농산물은 맛이 좋고 영양도 풍부하거니와 가격 또한 부담이 없다. 2021년에도 철 따라 전국 곳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찾아 특산물을 이용한 별미도 맛보고 다양한 축제도 즐겨보자.
1월 더덕
산더덕이 제철이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씹는 맛이 좋아 ‘산에서 나는 고기’로 불리는 더덕의 최대 산지는 강원 횡성으로 국내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특히 해발고도 300m 이상의 청일면 일대가 주산지다. 산더덕은 1월이 제철이지만, 횡성에서 재배되는 더덕은 추석 2주 전부터 10월까지 수확한다. 해마다 8월말에서 9월초에 청일면 일대에서는 ‘횡성더덕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에서는 더덕구이 만들기나 더덕주 담그기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더덕을 주재료로 한 음식점도 운영되는데, 평소에도 횡성엔 더덕구이와 더덕밥이 한 상에 나오는 더덕정식 전문 식당이 많다.
칼륨·칼슘·인 등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인 더덕을 더욱 맛있게 즐길 기회를 놓치지 말자.
2월 딸기
전세계로 수출되며 맛 좋고 품질 좋기로 유명한 우리 딸기. 11월부터 수확이 시작되지만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되는 시기는 2월이다. 디저트 뷔페나 호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앞다퉈 딸기 음료, 딸기 빙수, 딸기 케이크 등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딸기 생산지에서는 딸기 축제도 연다. 딸기로 유명한 충남 논산에서는 2월부터 4월 사이에 ‘논산 딸기축제’를 개최한다. 축제장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딸기를 구입할 수 있고 딸기로 만든 간식들도 맛볼 수 있다. 축제 기간에 재배농가와 연계해 직접 수확해보는 체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2∼5월에 경기 양평에서 열리는 ‘양평딸기체험축제’도 유명하다. 직접 수확해 시식하고, 구입할 수 있는 행사로 지역의 재배농가 대부분이 참여한다.
3월 미나리
수근(水芹)·수영(水英)으로 불리며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약재로 사용되는 미나리는 추운 계절에 얼음을 깨가며 수확한 것이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특히 2월부터 3월, 경북 청도에서 생산되는 한재미나리가 유명하다. 청도읍 한재골 일대에서 생산돼 한재미나리로 불리는데 청도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이즈음 한재미나리가 재배되는 근처에서는 미나리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는 맛객들로 도로변이 주차장이 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식당뿐 아니라 재배농가에서도 비닐하우스 한동을 식당으로 만들어 수확한 미나리를 즉석에서 삼겹살과 구워 먹도록 해 이를 맛보려는 이들로 붐빈다. 미나리는 체내 중금속 등 유해물질 배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니, 이른 봄부터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이라도 한재미나리와 삼겹살의 맛궁합을 즐겨보자.
4월 취나물
취나물은 말린 나물로도 먹어 연중 즐길 수 있지만 제철은 3월부터 5월까지다. 이때는 쌈으로 즐기기에도 좋다. 전남 고흥은 전국 취나물 생산량 중 약 40%를 출하하는 최대 산지다. 바닷바람을 맞고 미사질 토양에서 자라 특히 베타카로틴과 비타민B2를 높게 함유해 면역력 향상과 항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무렵 또 다른 봄나물로 쑥을 빼놓을 수 없다. 겨우내 잃은 미각도 향긋한 쑥내음으로 되살아난다. 고흥엔 품질 좋은 쑥이 많이 나 ‘쑥섬’으로 불리는 애도가 있다. 쑥섬에는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도 있으니, 고흥의 봄나물을 맛보고 즐거운 추억도 쌓을 수 있다.
5월 두릅
쌉싸래하면서 담백한 맛이 독특해 고급 산채류로 분류되는 두릅은 나무에서 따는 참두릅, 땅에서 나무처럼 크는 땅두릅, 음나무 혹은 엄나무로 불리는 나무에서 따는 새순인 개두릅 등이 있다. 개두릅의 제철이 4∼5월이다. 강원 강릉시 사천면 해살이마을에서는 개두릅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해마다 4월말이면 마을 행사로 ‘해살이마을 개두릅축제’를 개최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개두릅은 지리적표시인 임산물 제41호로 등록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축제에서는 갓 수확해 신선한 개두릅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개두릅 새순을 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개두릅나물밥·개두릅전·개두릅수육·개두릅김밥·개두릅막걸리·개두릅떡 등 개두릅으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6월 매실
이른 봄에는 그윽한 꽃향기를, 초여름인 5월부터 6월까지는 탐스러운 과실, 매실을 선물하는 게 매실나무다. 매실로 담근 청은 배앓이를 하거나 체했을 때도 도움이 돼 상비약으로 준비해두는 가정이 많다. 수확시기에 맞춰 매실을 구입해 청이나 장아찌·잼 등으로 만들어 놓으면 일년 동안 요긴하다. 매실의 최대 산지는 전남 광양으로, 국내 매실 생산량 중 20∼30%를 차지한다. 3월부터 이른 봄소식을 전하는 홍쌍리 청매실농원은 규모가 크고 아름다워 일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광양에는 얇게 저민 쇠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광양불고기, 섬진강에서 난 제첩으로 맑게 끓인 제첩국 등 지역 명물 먹거리도 많다.
7월 복숭아
복숭아는 종류가 많고 품종에 따라 맛이 다양하며 품종별 수확시기도 다 다르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구룡리 일대에서 많이 생산되는 옥천 복숭아는 이곳 농민들의 남다른 노하우로 만들어 육질이 좋고 당도가 뛰어나다. 황도로 인기 많은 <천중도>도 맛볼 수 있다. 매년 7월말쯤이면 달콤한 향기 가득한 ‘향수옥천 포도·복숭아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에서는 다양한 문화 공연까지 진행해 일거양득의 즐거움이 기다린다.
옥수수
7월부터는 옥수수의 계절이 시작된다. 옥수수로 유명한 강원 홍천에선 껍질은 얇고 단물이 톡 터지는 찰옥수수가 나온다. 매년 7월말~8월초에 열리는 ‘홍천 찰옥수수 축제’에서 갓 수확한 햇옥수수를 즐겨보자. 홍천은 또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맑고 깨끗한 숲 36만3600㎡(11만평)에서 알파카가 뛰어노는 ‘알파카월드’가 있고, 맑은 물길과 깊은 숲길이 곳곳에 있는 바위 골짜기 ‘용소계곡’도 있다. 홍천읍의 유명한 맛집 ‘양지말 화로구이’에도 들러보자. 30년 전통을 자랑하며 양송이 더덕구이가 특히 유명하다.
8월 포도
소백산맥 추풍령 자락에 있는 충북 영동군은 달콤한 포도가 자라기에 딱 좋은 기후조건을 타고났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당도가 높고 향이 살아 있는 고품질 포도가 난다. 영동은 전국 최대 포도 재배면적을 자랑해 전국 포도 생산량의 12% 정도를 차지한다. <캠벨얼리> <메이빌>은 물론 <샤인머스캣>까지 다양한 포도를 생산한다. 포도의 고장인 만큼 8월말엔 ‘영동포도축제’가 펼쳐진다. 영동의 질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는 ‘영동와인터널’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관광명소다. 시원한 터널 안에 가득 찬 알록달록 조명 아래서 분위기 잡고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
9월 송이버섯
9∼10월에는 향 짙은 송이버섯을 놓치면 아쉽다. 경북 봉화의 소나무숲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은 특히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짙어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송이버섯은 자생조건이 까다로운데 이곳은 일교차가 큰 데다 송이가 자라기에 최적의 토양조건을 갖춘 덕분이다. 9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인 송이버섯을 알리고자 봉화에선 1997년부터 매년 이맘때 ‘봉화송이축제’를 개최한다. 축제장을 찾으면 다양한 체험 행사도 경험하고 송이버섯을 이용한 여러 가지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봉화의 또 다른 명물, 약초 먹고 자란 한약우도 유명하다. 봉성면에 있는 ‘봉화한약우프라자’에서는 신선한 한약우 부위를 취향껏 골라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다.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문수산자연휴양림 등에 가서 가을 정취를 만끽해보자.
10월 감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과일을 꼽으라면 단연 감이다. 감에는 비타민A가 풍부하고, 특히 비타민C는 다른 과일보다 함유량이 많아 하루에 두개만 먹어도 하루 섭취량이 해결된다고 한다. 감은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알려진다.
감은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오직 경북 청도에서만 나는 반시는 씨가 없고 달콤해 아이들 간식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반시가 출하되는 10월 중순엔 ‘청도반시축제’가 열려 청도 반시 품평회와 요리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반시를 손에 들고 좀더 특별한 곳에 가보고 싶다면 ‘프로방스 포토랜드’에 가보자. 유럽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이국적인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11월 고구마
11월경이면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전남 해남에선 알찬 고구마가 주렁주렁 열린다. 깨끗한 물과 황토밭에서 자라 더욱 튼실한 해남 고구마는 포실포실하고 달아 고구마 중에서도 으뜸으로 통한다. 매년 11월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흥사 두륜산도립공원에서 개최되는 ‘해남미남축제’에 가면 고구마는 물론 배추·김 등 해남의 대표 농수산물로 만든 해남 밥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해남 고구마의 맛과 생김새를 똑 닮은 고구마빵을 파는 빵집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도 명소다.
12월 유자·감귤
매년 11∼12월이면 경남 거제엔 향기로운 유자향이, 제주엔 감귤향이 퍼진다. 온난한 해양성기후로 해풍이 불어 다른 지역 유자보다 더 맛있는 유자가 열리는 곳이다. 거제 유자는 색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이 시기에 거제에 가면 노랗게 열린 유자 때문에 때아닌 봄여름 분위기가 난다. 거제의 대표적인 실내 식물원인 ‘거제식물원 정글돔’에 가면 추위를 잊고 녹색식물에 둘러싸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겨울 대표 간식 감귤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제주로 가자. 이 무렵이면 ‘제주감귤박람회’가 열리니 주렁주렁 달린 감귤을 직접 따서 먹어볼 수 있다.
김민지, 이연경 기자 viv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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