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숨 고르는 섬, 제주 서귀포 가파도 이미지 여행 休~숨 고르는 섬, 제주 서귀포 가파도 가파도 해안길에서 만난 의자. [村스러운 걷기 여행] 제주 서귀포 가파도 청보리 없는 이맘때 관광객 붐비지 않아 한적한 풍경만 가득 탁 트인 푸른 하늘과 윤슬 일렁이는 바다 오롯이 누리는 사치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청보리밭 보았어? (못 가봤다니까)’ 가수 최백호의 ‘가파도’란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청보리밭에 누워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는, 제주 본섬 모슬포 가까이 자리한 가오리 모양의 납작한 섬 가파도를 예찬하는 곡. 이 노랫말처럼 가파도는 봄철 파랗게 일렁이는 청보리밭 풍경이 멋진 곳이다. 예전엔 국토 최남단 섬인 아래편 마라도에 가려 인적이 드물었지만, 2009년 가파도 청보리축제가 열리기 시작한 뒤로 꽤 많은 이들이 찾는다. 단, 이맘때 가파도엔 청보리가 없다. 6월 이후 빈 밭이 된 보리밭은 이제 막 파종철을 맞아 휑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청보리가 없는 가파도엔 한적함이 가득하다. 봄철에 이곳 섬을 가려면 배를 타기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이 붐비지만, 지금 가파도에선 스치는 사람 대신 고즈넉한 풍경들을 마주한다. 사방에 펼쳐진 너른 빈 밭이 오롯이 한사람, 걷는 이의 것이다. “청보리밭은 수확하고 다시 파종할 때까지 그냥 비워둬요. 가파도 사람들은 바닷일해서 5만원 벌지언정 밭일해서 10만원 벌려곤 잘 안하거든. 그래도 예전엔 이 빈 밭에 고구마도 심고 콩도 키웠는데, 여름철 태풍에 망치기 일쑤니 이젠 그냥 이렇게 비워두죠.” 전 이장이었던 마을주민 김동옥씨(66). 그에 따르면 이 빈 밭도 그리 얼마 남지 않은 풍경이다. 12월 상순 파종을 마치고 이내 새싹이 움트기 시작하면 그 초록과 함께 이곳엔 더 많은 사람이 찾아든다. 그럼 돌담길 아래 핀 해사한 갯쑥부쟁이도 해안가 오솔길로 철썩이는 파도도, 갯바위 너머로 부서지는 윤슬도 내 것만이 아니다. 그 사치를 놓친다. 해발 20.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섬인 가파도. 그 작은 키만큼이나 더없이 큰 하늘을 이고 걷는다. 전깃줄 하나 걸리지 않은 곳. 탄소 없는 깨끗한 섬을 만들고자 전봇대를 모두 지중화했단다. 섬 전체가 고르고 판판한 덕에 탁 트인 시야에 걸리적거릴 것이 없다. 청보리 없는 때, 가파도를 가보면 한껏 더 너른 공백에 머물다 올 수 있다. 서귀포=이현진, 사진=김도웅 기자 abc@nongmin.com 2020-12-11
[아름다운 농촌마을] 소나무 군락 보호 위해 땅속 바위 제거 등 온정성 이미지 여행 [아름다운 농촌마을] 소나무 군락 보호 위해 땅속 바위 제거 등 온정성 구병리아름마을 주민들이 뿌린 메밀 씨앗은 9월 중순이면 만발해 나들이객을 부른다. [농협중앙회·농민신문 공동기획 -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금상 - 충북 보은 구병리아름마을 한달에 두번 환경정화활동 길엔 쓰레기·잡목 하나 없어 곳곳에 꽃 심어 철마다 장관 마을 일은 업무 분담해 처리 동네 벽화작업도 공동 진행 2005년부터 메밀밭 조성 해마다 축제 열어 명소로 속리산 자락 굽이굽이 펼쳐진 맑은 물길을 지나면 아담한 소나무숲에 이른다. 송림원으로 불리는 소나무숲 사이 작은 언덕길을 올라가면 나오는 소담한 마을. ‘제3회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이곳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리아름마을이다. 마을 어귀에 있는 300여년 수령의 소나무 군락은 빼어난 푸름을 자랑한다. 박희정 이장(49)은 주민들이 소나무에 쏟는 정성이 남다르다고 귀띔한다. “나무가 뿌리를 잘 뻗을 수 있게 바위를 치우고 나무 밑 돌담에 넝쿨 하나, 잡초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뽑아주고 있어요. 겨울에는 삽으로 눈을 치워요. 염화칼슘을 뿌리면 쉽게 녹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마을의 자랑인 소나무를 해칠 수도 있으니까요.” 주민들이 함께 마을 길과 화단에 꽃을 심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명물에만 정성을 들이는 게 아니다. 마을 길에는 담배꽁초 하나 떨어져 있지 않고, 농촌에 흔히 방치된 잡목이나 썩은 나무도 찾아볼 수 없다. 겨울철을 제외하고 보통 3월부터 11월까지 한달에 두번씩 주민들이 직접 마을 환경정화활동을 벌여서다. 이렇게 깨끗해진 길엔 주민들이 직접 심은 패랭이·루드베키아·장미·백일홍 등이 철마다 피어난다. 수백년 수령의 소나무 군락지인 송림원이 마을 진입로를 지키고 있다. 어느 한곳 손길 가지 않은 데가 없는 것 같이 아름다운 마을이지만 이농 현상으로 마을이 소멸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80가구가 살았던 마을인데 2000년대 초반엔 20여가구로 줄어들었던 것. 다행히 2003년부터 박 이장을 포함해 여러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에 정착했고, 주민들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동아리활동을 통해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원주민과 귀농·귀촌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부터 차근차근 시작했어요. 퀼트·서예에 연극까지. 함께 노력해서 여느 도시민보다 풍족한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었죠.” 귀촌인 이길주씨(62)의 설명이다. 오랫동안 친목을 다져온 주민들은 다 함께 무언가를 성취해나가는 공동체 자체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높다. 마을에 관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으면 분야별 분과를 짜서 팀장제로 업무를 분담해 처리하기도 한다. 현재 46가구로 늘어난 마을에서 주민들은 이번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사업에서도 돈독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환경정화활동 외에도 일손이 부족하면 아침 방송을 통해 요청해요. 그럼 귀촌하신 전직 대령님, 교수님 등 누구랄 것 없이 낫을 들고 나와 풀을 베기 시작해요.” 김두백 노인회장(81)이 말했다. 마을 벽화 그리기사업을 할 때는 동네 분리수거장 벽화를 주민들이 직접 그리기도 했을 정도란다. 특히 주민들이 2005년부터 마을 진입로와 유휴지 1만6528㎡(약 5000평)에 조성한 메밀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한 메밀꽃 명소가 됐다. 해마다 9월 중순이면 축제가 열리는데 10여일 동안 1만명 정도가 마을을 찾는다. 10월말쯤엔 주민들이 직접 메밀을 수확해 메밀전을 부치고, 다음 축제를 위해 종자로 남긴다. 이미 상당히 많은 것을 이룬 구병리아름마을이지만 아직도 함께해보고 싶은 것이 참 많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풍경도 사람도 모두 아름다운 우리 마을을 지속가능한 자립 마을로 키워내고 싶어요. 또 마을 소득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습니다.” 보은=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2020-11-27
[랜선 세계여행] 프랑스 파리·스위스 알프스…안방서 즐겨볼까 이미지 여행 [랜선 세계여행] 프랑스 파리·스위스 알프스…안방서 즐겨볼까 유튜브 채널 ‘안녕메리 merrii’의 스위스 여행 브이로그의 한 장면. 랜선 세계여행 유튜브에 관광 명소 동영상 많아 청각 자극 ‘ASMR 영상’도 인기 매년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국제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올해 추석엔 볼 수 없을 풍경이다. 하지만 해외여행 못 가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방법이 있다. 방법은 유튜브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은 영상뿐 아니라 이색 여행 영상으로 방구석에서도 세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야를 내 맘대로, 가상현실 영상=프랑스 파리, 스위스 알프스산맥 등 관광 명소를 가상현실(VR) 영상을 통해 구경할 수 있다. 머리에 쓰는 가상현실 체험 기기가 없어도 문제없다. 유튜브만 있으면 된다. 360도 모든 방향에서 고화질로 명소의 풍경을 촬영한 가상현실 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상현실 영상을 재생하고 화면을 이리저리 터치하거나 스마트폰을 기울이면 시야를 내 맘대로 옮길 수 있다. 실제로 그 장소에 가서 둘러보는 느낌을 생생하게 받는 것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가상현실 여행’ ‘VR 여행’ 등을 검색하면 세계 각지는 물론 바닷속·사막 등 직접 가기 어려운 오지의 가상현실 영상도 나온다. ◆친구와 함께 떠나는 기분, 여행 브이로그=일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여행 브이로그’를 보면 마치 친구와 함께 여행 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행 브이로그는 유튜버가 여행지에서 보낸 시간을 모두 카메라에 담은 후 짧게 편집한 영상이다. 여행지 풍경은 물론 공항 풍경, 기내식 ‘먹방’, 현지 맛집 탐방 등 내용도 풍부하니 실감 나는 간접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브이로그여도 영상마다 내용과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여행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을 볼 수 있다. 보고 싶은 여행지만 검색해도 바로 브이로그 영상이 뜬다. ◆청각으로 즐기는 세계여행, ASMR=청각을 자극하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으로도 여행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ASMR 영상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소리를 담은 영상이다. 여행 ASMR 영상은 영국 런던 야외 카페, 체코 프라하 거리 등 여행지에서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여행 ASMR 영상을 틀어놓고 눈을 감으면 마치 순간 이동한 듯 현지에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의 발소리, 자동차 소리, 바람 소리 등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ASMR’로 검색하거나 지명 뒤에 ‘ASMR’를 붙여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김민지 기자 2020-10-02
흐려島 비와島 좋다, 전북 군산 신시도길 이미지 여행 흐려島 비와島 좋다, 전북 군산 신시도길 [村스러운 걷기 여행] 전북 군산 신시도길 고군산군도 중 가장 넓은 섬 육지서 바다 향해 14㎞ 달려 도착 월영산 오르면 군도 풍경 한눈에 가을빛 물드는 섬, 흐린날과 어울려 몽돌해수욕장·하트동굴도 명소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가슴에 장마와 태풍이 근심을 보탠 여름. 얼마간 더위도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덧 풀잎엔 밤이슬이 맺힌다. 이제 갓 선선함이 찾아온 계절,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있는 고군산군도의 신시도를 찾았다. 마음에 동동 뜬 상념들이 그러하듯 재색 바다 위 섬의 무리가 자리한 곳. 신시도에서 만난 초가을 풍경은 흐린 날과 마주해 더없이 조용했다. 운무가 내려앉아 차분한 섬을 정처 없는 듯 저벅저벅 걸었다. 초가을빛으로 물드는 월영산 풍경. 신시도는 고군산군도의 57개 섬 가운데 가장 면적이 넓은 섬이다. 무녀도·선유도·방축도 등과 함께 고군산군도의 주요 섬으로 꼽힌다. 이곳은 과거 배 없인 이르지 못하는, 그야말로 섬이었다. 그러던 2005년 새만금방조제 공사와 함께 육지에서 차로 닿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군산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뻗은 14㎞ 길이의 도로를 내달려 도착한다. 주변에 드리운 부연 해무가 수평선 풍경을 아스라하게 덮었다. 너른 주차장을 기점으로 하는 신시도길은 섬에서 가장 높이 솟은 월영산을 오르는 구간부터 시작한다. 월영산은 해발 198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그러나 날카롭게 자리한 기암괴석 사이로 판판한 곳 하나 없는 오르막이 계속된다. 어느새 이마는 땀으로 송골송골하다. 그나마 허연 하늘이 햇볕은 가렸지만 빗방울이 한점 두점 목덜미로 떨어진다. 이마를 훔치길 이내 그만둔다. 풀내 녹은 숲길을 성큼성큼 오른다. 골짜기처럼 수풀에 폭 싸였던 길은 이윽고 탁 트인 능선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비탈 산면이 아래로 펼쳐지고 어언간 높아진 고도만큼이나 고군산군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즈넉한 바다에 머물러 있는 섬, 그 풍경도 가히 그만이지만, 여기에 초가을 빛으로 바래져가는 월영산 풍경에 눈길이 머무른다. 본디 월영산은 월영단풍(月影丹楓)이란 이름의 오색 단풍이 이름난 곳이다. 아직은 단풍머리로 옅은 적갈색이 드문드문 비칠 뿐이지만 그 빛깔이 외려 흐린 경치와 퍽 어울린다. 신시도의 몽돌해수욕장에선 월영산을 넘은 뒤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손바닥 크기의 둥근 돌들이 오가는 파도를 와그르르 맞이하고, 밀려 나간 썰물로 드러난 바위틈엔 고둥과 조개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월영산의 기암괴석은 이곳 해변까지 넘어와 이색 풍경을 연출한다. 해안가 오른편에 있는 일명 ‘하트 동굴’은 이 기암괴석 절벽이 하트 모양으로 침식돼 생긴 해식동굴이다. 해안가 뭍에 사는 도둑게. 이후 신시도마을을 지나 닿는 남쪽 외곽길. 이 구간에서 신시도길을 마무리한다. 길의 첫머리에선 산 정상을 넘은 대신 이곳 끝머리에선 바다를 가까이 둔 산자락을 걷는다. 다만 지척에 바다를 뒀어도 먼저 시선을 끄는 건 촉촉이 젖은 수풀 속 땅 구멍이다. 해안가 뭍에 사는 도둑게 무리가 붉은 집게를 드러내며 이곳저곳에서 출몰하기 때문. 그렇게 눈을 요기하며 걷다보면 이윽고 트인 자리에서 다시 군도의 풍경을 마주한다. 지난여름의 흔적이 남은 양 낮게 깔린 구름이 바다를 뒤덮었다. 만일 한가을의 화창한 하늘이었더라면 아마 그 역시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열기가 지나간 뒤 남은 이 축축한 기운도 이맘때만 마주할 수 있는 찰나의 풍경이다. 몸은 이미 흠뻑 젖어 마음은 외려 개운하다. 투둑투둑 떨어지는 비에도 천천히 거닐며 섬과 바다를 바라본다. 군산=이현진, 사진=김도웅 기자 abc@nongmin.com 2020-09-18
전북 군산 신시도길은? 4시간 걸리는 순환코스, 산 가팔라 등산화 필요 이미지 여행 전북 군산 신시도길은? 4시간 걸리는 순환코스, 산 가팔라 등산화 필요 전북 군산 신시도길은 약 8㎞로, 4시간 정도 걷는 길이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은 순환 코스다. 이 길은 군산에서 조성한 구불7길(12.3㎞)의 일부 구간으로, 본래 구불7길은 섬 북쪽 외곽을 도는 구간까지 포함돼 있다. 그러나 2021년 개장 예정인 국립자연휴양림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현재 신시도길은 지도에 표시된 섬 남쪽 구간을 돌아볼 수 있다. 경사가 퍽 가파른 산을 오르내리므로 반드시 등산화를 신길 권한다. 걷기는 신시도주차장(전북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리 산4-13)에서 시작한다. 주차장 서북쪽에서 월영산을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월영봉을 넘어 산에서 내려오면 사거리 찻길이 나온다.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가면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다시 사거리에서 차로를 따라 서쪽으로 약 1㎞를 걸으면 신시도마을로 빠지는 사거리에 다다른다. 신시도마을에서 나올 때는 사거리로 오르기 전 왼쪽 샛길로 향한다. 500m 뒤 굴다리 밑을 지나면 안골저수지가 보이고, 그 저수지를 끼고 오른편 길로 꺾으면 수풀 속 오솔길 이후 너른 논을 왼편에 끼고 걷는다. 그 논과 바다를 사이에 둔 둑길인 논갈림길을 지나 제방 끝에서 숲길로 들어간다. 이후 바다를 오른편에 둔 숲길을 오르내리며 걷다보면 출발점이었던 신시도주차장에 도착한다. 이현진 기자 2020-09-18
[K농시대를 열자 2부] “자연 섭리 따라 생활하며 몸과 마음 힐링” 이미지 여행 [K농시대를 열자 2부] “자연 섭리 따라 생활하며 몸과 마음 힐링” [K농시대를 열자 2부-K농의 미래] 제주 ‘물뫼힐링팜’ 10명 안팎 소규모 인원 대상 친환경농산물 먹거리 체험 밭담길 트래킹·명상 등 진행 “농촌 미래, 치유기능에 달려 특화농장 조성 최선 다할 것” “대만족입니다.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어요.” 휴가철을 맞아 제주 애월읍 수산리의 ‘물뫼힐링팜’을 찾은 박진희씨(53)는 함박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했다. 물뫼힐링팜은 지역명 수산(水山)의 순우리말인 ‘물뫼’와 ‘치유농장’을 뜻하는 영어인 ‘힐링팜’이 합쳐진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감귤·유자·옥수수 등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면서 농촌환경과 농산물을 활용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0명 안팎 소인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업무와 가정일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의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도시민과 감정노동자가 많이 찾는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다는 박씨 일행은 혈압·피부온도·스트레스지수 등 몸 상태 점검을 시작으로 이틀간 제주 밭담길 트래킹, 향토음식 식사, 채소 심기, 명상·스트레칭 등 정적인 활동과 동적인 활동을 번갈아가며 즐겼다. 박씨는 “북적이는 도시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서도 뭔가 배울 곳이 있는 장소를 검색하다 여기를 알게 됐다”며 “건강한 농산물로 만든 맛있는 식사에 자연에서 명상과 트래킹까지 즐기니 몸과 마음이 그야말로 힐링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물뫼힐링팜 대표인 양희전씨는 1996년부터 대체의학을 연구하다 2000년대 초반 농업·농촌으로 눈길을 돌렸다. 언택트한 환경에서 자연이 키운 농산물을 먹는 것만큼 건강에 이로운 게 없다고 여겼기 때문. 그가 말하는 언택트는 단순한 단절과는 다르다.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 것들과 멀어짐’을 의미하는 것. 양 대표는 “코로나19도 결국 무리한 도시화 탓에 계속 번져나가는 것”이라며 “밀식 대량 재배한 농산물보다 친환경으로 키운 농산물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듯 사람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에서보다 자연과 가까운 농촌에서 더욱 건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업·농촌의 미래는 생업상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얼마나 치유 기능을 제공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최근에는 치유농업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18년 제주 한라병원과 함께 트래킹·농촌체험 등이 결합된 치유농업프로그램이 콜레스테롤·혈당 수치 저하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양 대표는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이미 ‘치유농장 활동 처방’을 직업병 보험항목에 반영했다”면서 “아직 배울 게 많지만 향후 근골격계 질환, 스트레스성 질환, 대사질환 등 질병별로 특화된 치유농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주=김재욱 기자 2020-08-21
[K농시대를 열자 2부] 거리 두고 온전한 휴식…농촌, 일상의 쉼표 되다 이미지 여행 [K농시대를 열자 2부] 거리 두고 온전한 휴식…농촌, 일상의 쉼표 되다 [K농시대를 열자 2부-K농의 미래] 언택트 농촌관광 코로나19 확산 영향 ‘비밀집’ 여행 관심 증가 전국 ‘치유농장’ 주목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 등 마을공동체 기회 살려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비대면)’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언택트화(化)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으며 농촌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농촌은 인구밀도가 낮고 방문객이 적으며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어 언택트의 최적지로 꼽힌다. 과거에는 단순히 농산물을 재배하는 곳 정도로 여겨졌지만 언택트 열풍 덕에 농촌공간에 대한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다. 농촌공간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분야는 농촌관광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밀집·치유 등이 여행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올해 휴가계획과 관련해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휴가지로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을 찾거나 삼림욕 등에 나서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30.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0.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트렌드에 맞춰 농업과 치유 기능을 결합한 치유농장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치유농장은 전국적으로 600여곳에 이르며 정부는 향후 3000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스마트폰·노트북 등 디지털기기와 통신망 발전이 농촌공간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농촌에서도 디지털기기 등을 활용해 다양한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것. 이미 경북 문경과 충남 서천에는 청년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위한 마을이 들어서기도 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첨단 기기를 가지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언택트와 기술 발전 등으로 과거 농촌공간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살리려면 농촌 역시 이에 상응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성수 제주대학교 관광융복합학과 교수는 “마을공동체가 힘을 합쳐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언택트에 부합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농촌관광을 활성화하면 지역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 2020-08-21
[K농시대를 열자 2부] “캠핑의 재미·수확의 기쁨…모두 누려요” 이미지 여행 [K농시대를 열자 2부] “캠핑의 재미·수확의 기쁨…모두 누려요” [K농시대를 열자 2부-K농의 미래] 전남 화순 ‘숲속의 베리팜’ 주로 가족 단위 방문객 많아 넓은 캠핑장서 편안히 쉬고 블루베리 수확체험도 가능 “숲·맑은공기·무농약먹거리 훌륭한 의사나 다름없어” 주말에 찾은 전남 화순의 대표적인 농촌체험학습농장인 ‘숲속의 베리팜’. 이곳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가족 단위로 온 방문객들이 숲속 곳곳에 놓인 평상에 텐트를 치고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사무실의 예약현황판을 살펴보니 방문객이 족히 50개팀은 넘었다.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한 직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초등학생 체험단 수요가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다행히 널찍한 캠핑장, 쾌적한 자연환경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광주시 북구 문흥동에서 온 오성락씨(45)는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으면 코로나19 전염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개방된 공간에서 기분 전환할 캠핑장을 물색하다가 블루베리 수확도 할 수 있는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숲속의 베리팜’의 가장 큰 특징은 캠핑장과 각종 체험장이 같이 있다는 점이다. 4만9600㎡(1만5000평)에 이르는 대지에 블루베리농장이 1만4900㎡(4500평), 캠핑장이 9920㎡(3000평) 규모로 조성돼 있다.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중간중간 블루베리 수확, 블루베리를 활용한 쿠키·잼만들기, 토끼·공작새·염소·오리 등 동물 구경이 가능하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야산을 블루베리 체험장으로 가꿔온 문형일 대표는 자연의 치유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이곳에 안착하기 전 건설업에 종사하며 경영난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암·뇌경색·당뇨가 한꺼번에 찾아왔다. 당시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의사 말에 잠시 요양을 한다는 것이 결국 숲에 눌러앉게 됐단다. “우거진 소나무숲,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맑은 공기, 무농약 블루베리 등 자연보다 용한 의사가 없죠. 이곳에 오면서 건강도 되찾고, 많은 이들에게 체험공간도 제공하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앞으로 농업치유분야를 더 공부할 계획이에요. 유기농블루베리 와인, 야생화를 이용한 향수·허브차 등을 관광객에게 새로 선보이려고요. 코로나19 시대에 ‘인간을 치유하는 자연’의 가치가 더욱더 인정받으리라 확신합니다.” 화순=이문수 기자 leemoonsoo@nongmin.com 2020-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