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시대를 열자 2부-K농의 미래] 제주 ‘물뫼힐링팜’
10명 안팎 소규모 인원 대상 친환경농산물 먹거리 체험
밭담길 트래킹·명상 등 진행
“농촌 미래, 치유기능에 달려 특화농장 조성 최선 다할 것”
“대만족입니다.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어요.”
휴가철을 맞아 제주 애월읍 수산리의 ‘물뫼힐링팜’을 찾은 박진희씨(53)는 함박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했다.
물뫼힐링팜은 지역명 수산(水山)의 순우리말인 ‘물뫼’와 ‘치유농장’을 뜻하는 영어인 ‘힐링팜’이 합쳐진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감귤·유자·옥수수 등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면서 농촌환경과 농산물을 활용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0명 안팎 소인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업무와 가정일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의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도시민과 감정노동자가 많이 찾는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다는 박씨 일행은 혈압·피부온도·스트레스지수 등 몸 상태 점검을 시작으로 이틀간 제주 밭담길 트래킹, 향토음식 식사, 채소 심기, 명상·스트레칭 등 정적인 활동과 동적인 활동을 번갈아가며 즐겼다.
박씨는 “북적이는 도시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서도 뭔가 배울 곳이 있는 장소를 검색하다 여기를 알게 됐다”며 “건강한 농산물로 만든 맛있는 식사에 자연에서 명상과 트래킹까지 즐기니 몸과 마음이 그야말로 힐링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물뫼힐링팜 대표인 양희전씨는 1996년부터 대체의학을 연구하다 2000년대 초반 농업·농촌으로 눈길을 돌렸다. 언택트한 환경에서 자연이 키운 농산물을 먹는 것만큼 건강에 이로운 게 없다고 여겼기 때문. 그가 말하는 언택트는 단순한 단절과는 다르다.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 것들과 멀어짐’을 의미하는 것.
양 대표는 “코로나19도 결국 무리한 도시화 탓에 계속 번져나가는 것”이라며 “밀식 대량 재배한 농산물보다 친환경으로 키운 농산물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듯 사람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에서보다 자연과 가까운 농촌에서 더욱 건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업·농촌의 미래는 생업상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얼마나 치유 기능을 제공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최근에는 치유농업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18년 제주 한라병원과 함께 트래킹·농촌체험 등이 결합된 치유농업프로그램이 콜레스테롤·혈당 수치 저하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양 대표는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이미 ‘치유농장 활동 처방’을 직업병 보험항목에 반영했다”면서 “아직 배울 게 많지만 향후 근골격계 질환, 스트레스성 질환, 대사질환 등 질병별로 특화된 치유농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주=김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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