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 낙지연포탕] 국물 맛은 시원, 씹는 맛은 보들·쫀득…원기 회복 효과도 일품

입력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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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 갯벌의 싱싱함이 담긴 낙지연포탕.

[전국 방방곡곡 ‘탕’ 열전] 전남 무안 낙지연포탕

9월부터 11월말까지 낙지 맛 ‘절정’

맑은 비법 육수에 살짝 데치듯 삶아

 

말갛게 우려 감칠맛 낸 국물에 퐁당 빠지는 싱싱한 생물. 꿈틀거림을 멈춘 지 1∼2분이나 지났을까. “거 너무 오래 끓이면 안된당께. 질겨지기 전에 얼른 빼 드쇼잉.” 희끄무레한 살집이 붉은 빛깔을 띠기 시작할 때쯤 몸통과 다릿살을 숭덩숭덩 자른다. 호로록 들이켠 뜨끈한 국물 뒤로 탱글탱글 씹히는 부드러운 낙지살. 다른 탕이야 보통 끓일수록 맛이 깊어지나 이 탕은 오래 두면 제맛을 못 본다.

“지금이 연포탕 젤로 맛있는 때여. 더 추우면 인자 쏙 들어간께 잘 안 잽힌다 안허요.”

전남 무안 버스터미널 옆에 자리한 무안수산시장과 무안낙지골목. 시장과 식당들이 서로 바짝 붙어선 이 거리는 이맘때 싱싱한 낙지들이 고무대야마다 그득하다. 인근 망운면·해제면·현경면 일대 무안 갯벌에서 잡은 낙지들. 한껏 물오른 제철 낙지를 맛보려면 그 몸값이 더 비싸지기 전인 지금 바로 찾아야 한다. 한겨울에도 잡히긴 하지만 그 수가 훨씬 줄어들기 때문.

“9월부터 11월말까정 맛이 젤 좋지라. 봄 낙지도 부드럽긴 한디 가을이 돼야 살이 쫀득쫀득하니 감칠맛이 오른당께. 여그 있는 것들은 다 우리 남편이 나가 직접 잡은 것들이여. 대야에 살아 있는 쪼매난 게들 보이지라? 우린 이것들 묶어다가 낚시해 잡는디 이런 걸 주낙이라 하제, 주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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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낙지골목 해제수산 주인장인 이성심씨가 산낙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무안낙지골목에서 20년째 장사하고 있는 ‘해제수산’ 주인장 이성심씨(62). 낙지는 보통 삽으로 푸거나 맨손으로도 잡지만, 이 집에선 낚싯줄에 작은 칠게들을 묶어 낚시하는 ‘주낙’ 방식으로 낙지를 잡아 올린다. 직접 잡은 만큼 손바닥 만한 것에서 팔뚝 만한 것까지 그 크기도 여러가지다. 작은 건 탕탕이로, 큰 건 볶음용으로 쓰고 연포탕엔 중자 이상 큰 것들을 넣는다.

“야들하면서 탱탱하니 식감도 있어야 하고 시원한 맛도 제법 우러나야 하니께. 육수는 무·다시마·멸치 우린 물을 쓰고 호박·당근·양파·미나리를 넣고 끓이제. 예전엔 육수에 말린 박속도 써봤는디 지금 이 골목선 다 무를 쓰지라.”

낙지연포탕은 미리 만들어놓은 육수가 중요하다. 주재료로 국물 맛을 잡는 여느 탕들과 달리 낙지연포탕의 낙지는 데치듯 금세 삶아 국물에서 건져 올리기 때문이다. 집마다 육수 비법은 각기 다르다. 같은 무안낙지골목에서도 어느 집은 콩나물을 넣는가 하면 쑥갓을 넣고 끓이는 곳도 있다. 다만 어디 간들 그 시원함이 감탄사를 부른다. 개운함에 칼칼함까지 더하고 싶다면 말간 국물에 청양고추 한두개쯤 톡톡 썰어 넣으면 그 맛이 더욱 좋다.

낙지는 자연 강장제라 불릴 만큼 영양이 풍성한 식품이다.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또 원기 회복과 피로 해소를 돕는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이곳 무안 외에도 싱싱한 낙지가 들어간 뜨끈한 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무안낙지골목과 더불어 유명한 영암의 독천낙지음식거리에 가면 한우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인 ‘갈낙탕’을 맛볼 수 있다. 충남 일대에는 박속과 함께 칼국수 등을 넣는 ‘박속낙지탕’ 또는 ‘밀국낙지탕’ 집들이 있다.

무안=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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