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간다] 척추유합술로 허리 ‘꼿꼿’ 고통 ‘훌훌’

입력 :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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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귀어한 이정심씨  61세 나이에 80대 증상

척추뼈 어긋난 상태 심각 비수술 치료로는 힘들어

나사못으로 뼈 고정 수술 보조기 착용 후 재활 매진

경피신경전기자극 등 통해 허리 근력 강화에도 힘써

 

요즘 60세를 재치 있게 표현하면 ‘세번째 스무살’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60세 이후에도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거나 적극적으로 여가활동을 즐기는 등 스무살처럼 활기찬 일상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아무리 변해도 건강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 모두의 목적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일 테니 말이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넉달 전 충남 태안에서 만난 이정심씨(61)가 떠올랐다. 6년 전 귀어 후 남편과 제2의 신혼을 즐기고 있고 나이도 세번째 스무살 언저리에 불과하지만 이씨의 일상은 고단해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이씨의 건강 때문이었다. 24년째 류머티즘성관절염을 앓고 있었고, 뼈가 굳어서 오른쪽 팔이 잘 안 올라가는 상태였다. 뼈가 탈구돼 손뼈가 튀어나와 있기도 했다. 한눈에 봐도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씨의 허리 통증이 심각했다. 허리 통증이 다리까지 내려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오른쪽 무릎도 안 좋아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니 이씨가 “80세가 되면 걸을 수나 있을지” 의심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이에 비해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고, 80대에 나타나는 증상이 61세인 이씨에게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이씨의 온몸을 아프게 했던 것일까? 엄마와 아내로 살아온 이씨의 삶은 ‘희생’ 그 자체였다. 가족을 위해 아픔을 감내해온 이씨와 달리 남편은 젊은 시절 취미생활에 몰두했다.

남편도 아내가 아픈 게 본인 탓인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서 아내가 건강해지면 부부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남편의 소원이다. 현장 검진 당시 이씨의 상태는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 중 제일 심각해 보였다. 이씨가 건강을 되찾고 부부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정밀검사 결과 이씨의 척추 상태는 예상대로 심각했다. 척추뼈가 어긋나 오른쪽 다리 신경이 많이 눌려 있었다. 뼈 자체가 어긋나면서 생긴 협착 증상이어서 비수술적인 치료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척추유합술을 진행했다.

척추유합술이란 불안정한 척추뼈 사이에 뼈를 이식한 후 나사못으로 고정해 분리된 척추뼈 여러개를 하나로 만드는 수술이다. 나사못으로 잡아줘야 뼈가 안정되고 이식된 뼈들이 잘 유합될 수 있어서 고정술이 꼭 동반돼야 한다. 나사못을 정확하게 삽입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척추 수술의 꽃이자, 환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척추유합술은 위험한 수술이라고 생각해 지레 겁먹기 쉽다. 그러나 유명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는 척추유합술을 받고 출전한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했다. 척추유합술을 해도 운동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지장이 없고 큰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수술 결과가 좋다는 의미다. 척추옆굽음증이 있는 국가대표 당구 선수가 척추유합술을 받고 복귀한 사례도 있으니 환자들은 걱정을 한시름 덜어도 될 것이다.

과거에는 10㎝ 이상 절개하고 근육을 많이 손상하면서 척추유합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절개 부위를 1㎝ 정도로 최소화해 나사못을 삽입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수술 방법이 발전하면서 부작용이 상당히 줄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지만 척추유합술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척추에 불안정성이 있는 경우, 추간공협착증이 심한 경우, 그리고 허리 골절로 후방 인대 복합체가 손상된 경우에는 척추유합술이 꼭 필요하다. 이씨는 척추 불안정성과 척추전방전위증을 보였고 추간공협착증도 심각했다.

수술과 재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수술이 성공적이어도 재활을 소홀히 하면 정상적인 생활은 어려워진다. 이씨도 수술 후 운동센터(제일리핏케어)에서 재활 운동에 매진했다. 수술 후 최대 12주까지 보조기를 착용하는데 이 기간에도 가벼운 보행 운동을 해야 근육 소실을 방지할 수 있다. 보조기를 풀고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면 가벼운 허리 신전 운동부터 바른 자세 교정 운동, 허리 근력 강화 운동을 점진적으로 실시한다.

수술 후 통증 해결에는 허리 근력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수술한 허리의 근력을 강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 치료사의 도움이 중요한 이유다.

이씨는 병원에서 전문 치료사들의 도움을 받아 근육 기능 활성화를 유도하고 말초감각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치료하는 경피신경전기자극과 신경근육자극 저주파치료(TENS&NMES)로 허리 근력 강화에 힘썼다.

퇴원 후에도 가정용 저주파 자극 의료기기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수술 15일 후 이씨의 걸음걸이는 한결 가뿐해졌다. “허리가 땅기는 느낌이 없으니 너무 좋아요. 몇십년 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에요.” 이씨의 미소에 덩달아 웃음이 났다. 꼿꼿해진 허리와 함께 화사하게 피어날 이씨의 인생 2막을 응원한다.

신규철<제일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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