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이순대·부대찌개…한국전쟁이 남긴 음식

입력 : 2020-06-26
아바이순대.

피란 온 실향민들이 만들어 먹던 속초 ‘아바이순대’ 대전 ‘숯골냉면’

미군부대서 남은 식재료로 만든 의정부 ‘부대찌개’
 


한국전쟁이 남긴 음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론 아마 ‘아바이순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바이순대는 본래 함경도 지방의 향토음식이지만 우리에겐 강원 속초의 먹거리로 더 친숙하다. 이는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남쪽으로 피란 온 실향민들이 속초에 터를 잡고, 이후 이들이 고향음식인 아바이순대를 만들어 먹으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아바이순대는 돼지 대창 속에 선지·찹쌀·우거지·숙주 등을 버무려 채운 후 찜통에 쪄서 만든다. 다른 지역 순대에 비해 크기가 크고 속이 푸짐하다. 속초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가면 아바이순대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많다.

‘부대찌개’도 한국전쟁을 계기로 생겨난 음식이다. 전쟁 직후 먹거리가 부족했던 사람들이 경기 의정부에 주둔하던 미군부대에서 남은 햄·소시지 등 식재료를 가져다가 먹은 게 그 시작이었다. 처음엔 햄·소시지·양배추·양파 등을 넣고 볶아낸 막걸리 안주였다고 한다. 여기에 고추장·김치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 먹으면서 지금의 부대찌개가 만들어졌다. 부대찌개는 다른 말로 ‘존슨탕’이라고도 불렸다. 이는 1960년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린든 B. 존슨의 성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이밖에 지금 우리가 먹는 이북식 냉면 중 상당수도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졌다. 가령 대전의 숯골냉면은 메밀을 반죽해 만든 면에 닭뼈를 우린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넣어 만든 평양식 냉면인데, 한국전쟁 때 평양에서 피란 온 냉면집 아들이 대전 숯골이라 불렸던 현 대전 유성구 자운동에 정착하며 탄생했단다. 경기 양평의 옥천냉면도 그 유래가 숯골냉면과 유사하다. 황해도에서 냉면집을 하던 부부가 한국전쟁 이후 양평 옥천리에 터를 잡으면서 시작이 됐다. 옥천리 냉면마을에 가면 맛볼 수 있는 옥천냉면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어서 면을 뽑고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다. 

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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