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水한 길, 소소한 樂(락) ‘양평 물소리길’

입력 : 2020-06-26

[村스러운 걷기 여행] 경기 양평 물소리길 3코스 

정겨운 시골마을·강변 따라 걷는 길

반짝이는 물비늘과 신록 보며 ‘힐링’

출출할 땐 옥천리 냉면마을 들러도
 


시골마을을 지나 숲길, 다시 시골마을을 지나 강변으로. 경기 양평 물소리길 3코스(강변이야기길)는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시골 풍경을 거닐다, 남한강변의 너른 풍광에서 한껏 여유를 안고 돌아오는 길이다. 아마 길 이름 탓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3코스의 물길은 퍽 잔잔한 편이어서 찰랑대는 물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대신 이맘때 걷는 길엔 초록이 있다. 주변 물을 머금고 선 푸르른 나무들의 신록이 나부끼는 싱그러운 길을 걷는다.

 

경기 양평 물소리길 3코스.


걷기는 밭뙈기 너머로 전철이 달리는 이질적인 풍경의 아신역에서 시작한다. 노란 금계국과 파란 수레국화가 살랑거리는 보도를 지나, 고속도로 밑 굴다리 속 시원한 그늘을 걷는다. 이내 전체 그림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규모의 마을에 닿는다. 수도권 인근의 농촌답게 소박한 시골집과 모던한 전원주택이 함께 있는 아신2리다.

슬레이트 지붕의 작은 농막과 3층 높이의 신식 가옥이 서로 마주하는 곳. 고추·감자 등 작물을 심었든, 깔끔히 정돈된 잔디를 심었든, 집집마다 초록색 앞마당을 품고선 좁은 길을 사이에 뒀다. 지나는 걸음 따라 개들이 짖는다. 지나는 나무마다 새들도 지저귄다. 마을 앞 물 찬 논이 주변 풍경을 비춘다. 시골마을에는 별것이 없어도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정겨움이 어렸다.

내리쬐는 햇살에 목뒤가 따가울 즘에 길은 마을 뒷산으로 걷는 이를 안내한다. 소나무가 높이 뻗었다. 그 솔들 아래 자리한 은은한 그늘 길을 오른다. 경사가 완만한 편이어도 산은 역시 산이다. 응달을 거닐어도 땀이 송송 솟는다. 다만 살랑 부는 잔바람에 덥기보단 선선하다. 중간의 벤치에서 잠시 숨을 고르면 어느새 땀이 식어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아신1리를 지나는 길엔 뽕나무 옆을 지난다. 까맣게 열린 오디를 따 먹다 연두색 개구리밥 핀 논물 옆을 걷는다. 이윽고 다시 숲을 지나 닿는 사탄천. 조붓한 정취의 이 하천은 이내 너른 남한강과 그 물길을 합친다. 양평역까지 이어지는 남한강변 풍경은 광활하면서도 고즈넉하다. 물비늘 이는 잔잔한 물결 너머 선명하고도 푸른 녹음이 자리한 곳. 햇볕을 피할 자리는 드물지만 그래서 탁 트인 시야를 내어준다. 

 

 

시원한 옥천냉면.


대중교통 접근 쉬워…모자 필수

 

경기 양평 물소리길 3코스(강변이야기길)는 10.2㎞로 약 3시간이 걸린다. 심한 경사는 없지만 숲길을 지날 땐 등산화를 신는 게 편하다. 남한강변에선 그늘이 거의 없는 길을 꽤 걸어야 한다.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모자 등을 쓰고 가길 권한다. 

이 길은 이정표가 잘 마련돼 있다. 물소리길이라고 적힌 소간판과 팻말을 곳곳에 세워놓았고, 물소리길을 표시하는 리본을 많이 걸어두었다. 길의 시작점인 경의중앙선 아신역에 도착했다면, 방향을 헤매지 않고 수월히 길을 거닐 수 있다. 아신역에서는 1번 출구로 나와 역사를 등지고 오른쪽을 향해 걷기 시작하면 된다. 걷는 길 중간에 출출하다면 사탄천 인근의 옥천리 냉면마을에 들르면 알맞다.

순환코스는 아니다. 그러나 도착점인 양평역에서 경의중앙선 전철과 강릉선 기차를 모두 운행한다. 차를 갖고 갔든 뚜벅이로 찾았든 걱정 않고 걷기에 적합하다.

양평=이현진, 사진=김도웅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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